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인수를 제일모직이 포기하도록 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만큼 제일모직에 13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법 김천지원 민사합의부(최월영 지원장)는 18일 장모 씨 등 제일모직 주주 3명이 이 회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회장은 아들·딸에게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이전하려는 목적으로 제일모직으로 하여금 전환사채를 인수하지 않도록 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만큼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전환사채는 이 회장이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등에게 조세를 피하면서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이전하려는 목적으로 발행됐다고 볼 수 있다"며 "발행 후 즉시 전환이 가능하도록 해 사실상 신주발행과 동일했는데도 전환가격은 발행 전 주식 가치보다 훨씬 저평가된 금액으로 정했다"고 덧붙였다.
제일모직 주주 3명은 "1996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를 발행했을 때 제일모직이 전환사채의 인수를 포기해 회사가 이익을 얻을 기회를 놓쳤다"며 2006년 이 회장을 상대로 137억원의 배상 소송을 냈다.
김천·박용우기자 yw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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