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FC바르셀로나와 대구FC

세계 최고 명문 축구 클럽 중 하나인 FC 바르셀로나가 정체성을 잃고 표류한 적이 있다. 2002-2003 시즌에 재정난, 성적 부진, 사회적 영향력 감소 등으로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경쟁 클럽들과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며 '그저 그런' 팀으로 몰락할 위기에 처했다. 당시 바르셀로나의 수입은 1억2천300만 유로(1천860억원)로, 축구 클럽 중 13위에 머물렀고, 7천300만 유로(1천100억원)의 운영 손실을 봤다. 부채도 1억8천600만 유로(2천800여억원)에 달하면서 재정난에 허덕였다. 또 4시즌 연속으로 어떤 타이틀도 거머쥐지 못하면서 팬들의 외면을 받아 10만석 규모를 자랑하는 캄 노우 스타디움은 점점 황량해져 갔다.

그러나 바르셀로나는 보란 듯이 떨치고 일어나 성적, 인기, 수입, 관중, 마케팅 등 모든 면에서 최고의 위용을 되찾았다. 위기 상황에서 바르셀로나가 택한 것은 다름 아닌 '혁신'이었다. 경영진은 '더 이상 나빠질 게 없다'고 판단, '정면 돌파'하기로 했다. 재정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투자를 미룬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적극적이고 즉각적인 투자로 성적을 올리고 이를 마케팅으로 연결해 수입을 창출하기 시작했다. '팬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고, 이들에게 자부심을 안겨줘야 팀이 살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려 '클럽 그 이상'의 팀 만들기에 나선 것이다.

그리고 6년 뒤, 바르셀로나는 2008-2009 시즌 프리메라리가,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며 트레블을 달성했고 FIFA 클럽 월드컵 우승컵까지 휩쓸며 세계 최초로 6관왕의 신화를 창조해냈다. 수입도 늘기 시작해 2002-2003 시즌 1억2천300만 유로로, 맨유의 절반에도 못미쳤던 수입이 2005-2006 시즌엔 2억5천900만 유로로 처음으로 맨유를 넘어섰고, 2008-2009 시즌엔 3억8천만 유로까지 높였다. 캄 노우엔 관중들로 넘쳐났고, 서포터즈도 2003년 10만5천명에서 2008년 16만5천명까지 늘었다.

대구FC는 지금 존폐의 위기에 놓여있다. 성적은 '꼴찌'에다 돈은 없고 관중 수도 하위권이다. 2013년부터 K-리그 승강제가 실시되면 자칫 2부로 내려앉아 사람들의 관심에서 사라져 아예 문을 닫게 될지도 모른다.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는' 지금이 대구FC에겐 '혁신'과 '정면 돌파'가 절실한 때가 아닌가 싶다. 물론 축구 환경 등 여러 상황이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투자와 경영으로 '악순환을 선순환 구조'로 바꾼 바로셀로나의 예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이달 24일 대구FC 주주총회에서 김재하 단장이 새 대표이사로 취임하게 된다. 김 단장이 대구FC에 발을 들인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10여년 한국 최고의 프로야구단을 이끌어온 프로스포츠계의 베테랑인 만큼 대구FC의 위기를 간파했을 것이다. 가족이 함께 경기장을 찾을 수 있는 이벤트를 통한 관중몰이, 기업들과 상생할 수 있는 후원 전략, 클럽하우스 및 전용축구장 건립 등 아직 다듬어지지는 않았지만 큰 틀의 구상을 들은 적도 있다.

김 단장은 "단장에 선임된 뒤 주변에서 '왜 맡았냐' '명성에 누가 되면 어떡하냐' 등 애정 섞인 걱정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모두 걱정만 했지 누구 하나 '뭘 도와주면 되겠냐'하며 손을 내미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이를 하나하나 바꿔 나갈 것"이라며 '변혁'의 강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렇지만 구단 운영은 사장 혼자 하는 것은 아니다. 대구FC 구단주, 이사회 회장 및 이사 등 모든 경영진과 임원이 '변화'의 중심에 서고 주역이 돼 힘을 합쳐야 '혁신'할 수 있다. 임원이 먼저 앞장서 변화된 모습을 보여 시민, 기업들의 관심과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걱정만 하고 있거나 성적 부진 등을 나무라고 책임만 지울 것이 아니라 직접 경기장을 찾아 응원하고 후원 동참이나 스폰서 구하기에 적극 나서는 것이 대구FC가 할 수 있는 '혁신'과 '변화'의 시작이다.

프로농구 사상 최고의 선수였던 마이클 조던은 이런 말을 했다. "장애에 부딪혔을 때 절대 돌아가거나 포기하지 말라. 타고 넘든, 뚫고 지나가든 어떻게 해서든 그것을 극복할 방법을 만들어내라!" 대구FC의 '혁신'을 기대해본다.

이호준(스포츠레저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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