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 로하스, 슬로시티 등의 단어들은 최근 우리 생활 속에서 많이 들어볼 수 있는 삶의 방식과 관련된 키워드이다. 그동안 현대인들의 삶은 치열한 경쟁의 열기 속에서 주거방식 또한 그 지향점에서 자유롭지 못하여 자연으로부터 멀어져 간 초고층아파트, 인간의 노동력을 최소화시키는 주거공간형태, 우리들의 건강생활과 유리된 편리성과 경제성만을 강조한 건축재료 등의 사용으로 인하여 참살이의 주거형태와는 맞지 않는 오로지 투자와 과시의 수단으로 대체된 주거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최근 삶의 방식은 변화의 바람을 타고 이제 그 본연의 모습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 도처에서 일고 있는 듯하다. 최근 서울 북촌한옥마을의 변화하는 모습은 지난날 불편하게 느껴졌던 우리 한옥의 주거형태도 충분히 21세기 최고의 주거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옥은 넓은 의미로 원초 이래 이 땅에 지어진 건축물 모두를 말하며 좁은 의미로는 살림집을 가리킨다. 이러한 한옥은 사계절이 뚜렷한 한반도의 자연환경을 겪어옴으로써 더욱 가능성이 있다. 특히 올해의 겨울은 유난하여 모스크바의 찬기운보다 더 차가운 겨울바람이 우리 한반도에 찾아들었다. 이럴 때쯤이면 사람들은 오래 전 기억 속 고향의 겨울과 따뜻한 아랫목의 추억이 절로 생각나곤 한다.
그 옛날 우리 조상들은 이 추운 겨울을 어떻게 지났을까? 힘들고 지칠 때 여행을 통해, 특히 한적한 시골의 여행에서 만나는 한옥은 우리를 어머니의 푸근한 가슴으로 인도한다. 온돌 아랫목의 따스함은 오래 전 그 추운 겨울을 지나온 조상들의 삶의 지혜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산체험이 된다. 그렇다. 온돌은 마루와 함께 우리 한옥의 대표적 구성요소이다. 복사난방을 대표하는 온돌은 머리는 차갑게 발은 따뜻하게 하는 난방방식으로 피부를 건조하게 하는 대류난방 방식에 비하여 우리 신체의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할뿐 아니라 신체의 온도 차이를 줄이므로 해서 보다 쾌적한 난방방식임이 증명되고 있다. 또한 온돌은 층 간 공기층을 한 번 더 둠으로써 층 간 소음을 줄여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이러한 온돌난방방식은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친환경 난방방식인 것이다.
또한 한옥의 재래식 아궁이는 식물성 폐기물을 대부분 소각할 수 있으며 굴뚝을 통해 나오는 연기 또한 유해한 물질이 제거된 가벼운 연기가 굴뚝으로 배출되는 구조이다. 이러한 구조의 온돌은 생활문화 방식에 있어서도 장유유서의 예절을 돌아보게 한다. 아랫목과 윗목의 존재는 집안의 어른과 아랫사람을 구분함으로써 권위와 질서가 살아나게 하였다.
결국, 주거문화는 그 지역의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결과물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 준다. 웰빙, 로하스, 슬로시티의 모든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우리 한옥을 우리는 어떻게 이 시대에 되살릴 수 있을 것인가? 현대식 아파트에 아궁이를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 최근에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아파트평면에 다양한 시도가 전개되고 있다. 한옥의 마당개념을 현관입구에 배치시킨다든지, 마루의 개념을 평면의 한 부분에 적용하는 방법 등 다양하고도 새로운 시도들이 21세기에 부활하는 한옥의 형태에 긍정적인 시도가 되고 있다.
한옥에는 인격이 있다. 한옥의 모든 규칙은 우리 몸과 조화로운 크기로 설정되어 있어 앉아서 생활하는 방천장의 높이와 서서 생활하는 대청마루의 높이를 달리하여 기능적인 면과 정신적인 면이 함께 고려된 구조이다. 이러한 한옥은 경쟁과 과시의 주거 형태에서 배려와 겸손이 숨쉬고 우리 삶의 문화와 자연이 함께 호흡하는 친환경주택으로 21세기 주거문화형태의 충분한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이러한 우리 한옥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국가의 정책적인 배려와 함께 건축계 전반의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다. 우리 한옥의 정신과 형식적인 틀은 지키되 내부구조와 재료 등은 현재 우리 삶의 방식과 조율하는 현대식 한옥으로의 발전을 위한 다방면의 협력과 노력이 함께 실현될 때 한겨울을 이겨내는 따뜻한 온돌의 기억과 여름날 대청마루의 시원한 한줄기 바람을 21세기 우리시대의 주거에서 조만간 맞이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최혁준(에테아21 대표 건축사)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