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공항·과학비즈니스벨트 펄펄 끓는데…

지역 의원들 당지도부 행동자제 엄포에 좌불안석

요즘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의 입장이 곤란하게 됐다. 동남권 신공항, 과학비즈니스벨트 등 대형 국책사업 유치를 놓고 지역 여론이 펄펄 끓고 있는데 청와대는 물론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와 관련해 '말도, 행동도 말라'고 엄포를 놓기 때문이다. 말 한마디 잘못 했다간 여권 핵심은 물론, 당 지도부에도 밉보이고, 가만 있었다간 지역민이 등 돌릴 형국이니 그야말로 '샌드위치' 신세다.

21일 한나라당 지도부와 시·도당위원장 회의에서도 이 이야기가 나왔다. 유승민 대구시당위원장이 한 마디했다. 지난달 27일 부산역 광장에서 열린 가덕도 신공항 유치 범시민 총궐기대회에서 부산 국회의원들이 마이크를 잡고 "앞으로 행사장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발언한 데 대한 비판이었다. 유 위원장은 22일 전화통화에서 "국회의원이 앞서서 선전, 선동하지 말자고 해놓고 연단에 올라가서 마이크를 잡은 것은 정치인이 선동한 것밖에 안되지 않느냐고 물었고 엄연한 약속 위반임을 지적했다"고 말했다. 상기된 목소리였다.

이날 회의 분위기가 격앙되자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는 "신공항과 과학비즈니스벨트 문제 때문에 각 시·도에서 서로 너무나 예민하게 배치되어 있는 형국이다"며 "정부에서 합리적으로 결정할 것이니 너무 그것(집회 등)을 유발하거나 조장하는 행동은 좀 자제해 주길 바란다"고 진정시켰다.

지역 국회의원들은 각각 자신의 위치에서 나름대로는 청와대와 국토부, 관련 부처 설득에 물밑 작업 중이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이제껏 뭐하고 있었느냐. 국회의원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느냐"는 격앙된 목소리라서 답답한 심정임을 토로하기도 했다. 일부 의원은 "정부가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탓에 가슴팍이 타들어 가는 것은 우리"라는 얘기까지 꺼냈다.

이인기 경북도당위원장은 "당 지도부와 정부에서 의원들의 자중을 요청하고 있지만 밀양 유치 당위성을 알리고 설득하기 위해 관계자를 만나는 것은 통제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동요하지 않고 우리는 우리대로 할 일을 계속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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