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팔 때는 명품…A/S는 '짝퉁 수준'

소비자 민원 급증세…매년 50%씩 늘어나

"살 때는 VIP지만 A/S땐 짝퉁만 못합니다."

다음 달 입학을 앞둔 김은정(19·여) 씨는 지난 밤을 뜬 눈으로 지새웠다. 동생과 실랑이를 벌이다 입학선물로 받은 명품 가방 액세서리를 망가뜨린 것. 날이 밝자마자 백화점을 찾았지만 직원의 말을 듣고 아연실색했다. 김 씨는 "해외 본사에 보내야 한다며 적어도 수선 기간이 몇 달은 걸린다고 하더라"며 "다음 달 학교에서 새로 사귈 친구들에게 뽐내려 했는데 망쳤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대구 동구 이시아 폴리스에 명품 아울렛 롯데라이프스타일 센터가 들어서고 8월 현대백화점이 개점하는 등 대구 유통가에 명품 전쟁이 예고되고 있지만 명품 A/S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소비자들을 애태우고 있다.

업계가 추산하는 명품 시장은 연간 5조원이며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명품 관련 소비자 신고도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 소비자보호원 조사에 따르면 명품 관련 소비자 신고는 매년 50% 이상 늘어나고 있다. 소비자원에 접수된 명품 민원(국내 매출 10대 명품 기준)은 2008년 316건에서 지난해에 700여 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석달 전 명품 핸드백을 산 김모 씨도 손잡이가 틀어져 수선을 의뢰했다가 기분만 상했다. 해외 본사로 보내 수선을 해야 하는데, 수선 기간은 반년이나 걸리는 데다 통관비와 수선비를 합쳐 30만원 상당을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김 씨는 "요즘 같은 지구촌 시대에 수리 기간이 6개월이나 걸린다는 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일반 국산 시계 배터리를 교체하는데 1시간이 걸리는 것에 비해 명품은 배터리를 가는 데 한 달이나 걸린다는 말이 과장이 아나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에 진출한 명품 중 국내 A/S 센터를 보유한 브랜드는 발리, 듀퐁, 루이뷔통, 카르티에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A백화점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 수선에 대한 불만이 많이 접수되고 있지만 부품 하나하나까지 해외에서 공수해야 하기 때문에 적게 잡아도 한 달, 길면 최대 6개월까지 걸리는 일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백화점 등에선 고육지책으로 명품 전문 수리숍에 의뢰하는 일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브랜드의 경우 일본이나 홍콩에는 직영 A/S가 있지만 한국에는 직영 센터가 없는 탓에 명동사, 영동사 등 국내 중소규모의 수선업체에서 맡고 있는 기형적인 구조"라고 말했다.

대구소비자연맹 양순남 사무국장은 "소비자가 수백만원을 주고 명품을 구매했을 때는 제품 품질뿐 아니라 서비스에 대한 기대도 있기 마련인데, 명품 브랜드는 이를 대부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