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내리면 스파이더맨이 된다."
21일 오후 7시 대구 동구 지묘동 암벽 클라이밍을 할 수 있는 도약대에 다섯 남자가 모였다. 바로 대구등산학교 암벽 클라이밍 전문 강사들이다. 이들은 골바람이 부는 차가운 날씨 속에도 아무렇지 않은 듯 클라이밍 장비를 풀기 시작했다.
2인 1조로 암벽 등반이 이루어졌다. 암벽을 오르는 사람이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자일을 감은 채 한 발 한 발 암벽을 오르기 시작해 맨 위쪽까지 올라가 자일을 연결한 뒤, 맨 위에서 퉁퉁 튀겨 손쉽게 아래로 내려온다. 옆에 있는 2인 1조도 같은 방법으로 이곳에서 암벽 등반을 연습했다.
이들이 늦겨울 추운 날씨에 암벽 등반에 나선 이유는 오는 3월 중순부터 대구등산학교(www.dms.or.kr)에서 모집할 정규반 84기 수강생들을 맞기 위해서다. 이들 전문 클라이밍 강사들은 암벽 등반에 도전할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5주간에 걸쳐 이론 및 실기를 가르친다.
2인 1조 암벽 등반은 이렇다. '톱쟁이'라고 불리는 선등자는 자일을 안전벨트에 묶고 올라가면서 바위에 박혀 있는 볼트나 바위 틈새에 본인이 설치하는 확보장비에 퀵드로를 건 후 그곳에 자일을 통과시킨다. 이때 '세컨'인 후등자는 선등자가 올라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자일을 조금씩 풀어주고 선등자가 추락하면 제동을 걸어 바닥까지 추락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선등자가 등반 중 추락하면 마지막 확보장비로부터 올라온 거리의 두 배 이상 떨어지므로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 생긴다. 클럭스(등반 중 만나는 어려운 곳)에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아찔한 순간을 당해보지 않고는 암벽의 참 묘미를 느끼기 힘들다. 그곳을 떨어지지 않고 올라갔을 때의 희열, 결국 그곳에서 추락했을 때의 당혹감과 허망함, 한없이 떨어지는 듯하다가 순간 제동됐을 때의 안도감 등이 클라이밍의 매력이다.
암벽 클라이밍에서 조심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구등산학교 훈련부장 임재득(43) 씨는 "20년 동안 암벽 등반을 했는데 특히 야간 클라이밍은 시야가 확보되지 않기 때문에 항상 발을 디딜 때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고, 이태순(45) 교무부장도 "15년 전 맥킨리 남벽 등반 때 동상으로 발가락을 자르는 희생을 치렀다. 어려운 코스의 암벽 등반 때는 특히나 생명을 위협할 수 있으니 적당한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암벽 클라이밍의 가장 좋은 점은 운동효과이다. 따로 다이어트나 헬스를 할 필요가 없다. 또 암벽 클라이밍을 자주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온몸이 근육질로 다져진다는 것. 특히 제대로 암벽 등반을 즐기게 되는 단계에 이르면 뱃살이 절로 빠지며, 근력이 좋아져 체력도 업그레이드된다고 한다. 15년 경력의 조호성(35) 씨는 "위험했던 적도 있지만 이만큼 스릴 있고, 운동이 되는 좋은 취미는 없다"며 "앞으로 계속 연습해 더 높은 고난도 코스에 도전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력이 가장 짧은 최지훈(26) 씨는 "힘든 만큼 암벽의 제일 위에 올라갔을 때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으며, 따로 운동을 하지 않아도 식스팩의 사나이가 된다"고 했으며, 이기록(44) 씨도 "중급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지만 60여m에 이르는 밀양 매바위에 올랐을 때 짜릿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런 효과 때문인지 대구에는 암벽 클라이밍을 즐기는 동호인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대구의 8개 구'군마다 실내 클라이밍장이 있으며, 다양한 형태의 동호회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한편 대구 동구 지묘동에 위치한 도약대는 천연 암벽을 갖고 있으며, 야간에 여러 개의 서치라이트가 켜지도록 설치해 놓았다. 3월 중순부터 오후 11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동구청은 이 도약대에 2천500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지난해 7월에 야간에도 암벽 등반을 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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