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뱅크런을 예금자 의식 부족으로 돌려서야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저축은행 예금 인출 사태(뱅크런)의 책임을 예금자의 의식 탓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해 빈축을 사고 있다. 김 위원장은 21일 부산의 우리저축은행을 방문한 뒤 기자들에게 "적기 시정조치가 유예돼 있음에도 돈을 찾으러 온다는 것은 (예금자가) 경제 인식이 안 돼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한다. 노심초사하는 마음은 이해되지만 사태의 책임 소재를 흐리는 이런 발언은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 누구도 예금자에게 금융기관이 위험해지니 돈을 찾지 말라고 할 권리는 없다. 누군들 가만히 앉아서 내 돈이 허공으로 날아가는 꼴을 보고 싶겠는가. 금융 당국은 예금자의 의식을 탓하기 전에 저축은행을 이 꼴로 만든 정책 실패와 감독 부실 책임부터 져야 한다.

예금 인출 사태가 터진 원인은 무엇보다 금융위에 있다. 금융위는 이달 17일 부산'대전저축은행을 영업정지하면서 상반기 내 추가 영업 정지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틀 만에 추가로 4곳을 추가로 영업 정지해 결과적으로 예금자를 속인 꼴이 됐다. 물론 17일 발표 당시 김 위원장은 "예금 인출 사태가 벌어지지 않으면"이란 전제를 달았다. 그러나 예금자는 이 같은 발언을 도리어 예금 인출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이를 예금자의 오해라며 예금자를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발언의 진의를 오해하도록 한 것도 결국 금융 당국의 책임이다.

22일을 고비로 예금 인출 사태는 진정세로 접어들고 있다. 전국의 저축은행에서 빠져나간 예금 규모는 22일 2천200억 원으로 전날 4천900억 원의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추세가 확고한 흐름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금융 당국의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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