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존경받는 기업

스칸디나비아 항공사는 지난해 미국의 포천지 선정 일하기 좋은 기업 1위에 오른 회사로, 대표적인 일화가 있다. 한 사업가가 공항에서 탑승 수속 절차를 밟으려는 순간 이 항공사의 항공권을 호텔에 두고 온 것을 뒤늦게 알았다. 낭패감에 휩싸인 그의 사정을 들은 항공사 직원은 뜻밖에도 그냥 비행기에 탑승하게 한 뒤 호텔로 전화를 걸어 항공권을 가져왔다. 그 사업가는 이후 스칸디나비아 항공사의 평생 고객이 되었다. 항공사에서 직원에게 고객의 입장에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포천지가 선정한 기업들은 고객 입장에서 때로 감동을 느낄 정도로 서비스를 제공하며 대체로 연봉이 동종 업계 최고 수준은 아니지만 직원들이 행복감을 느끼며 일한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또 적절한 혁신으로 성장을 이어나가며 환경 개선 등 사회적 공헌을 위해 노력한다는 특징도 지니고 있다. 이 기업들은 일하기 좋을 뿐만 아니라 존경받을 만한 구석도 적지 않다.

최근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을 선정,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1위에 올랐고 포스코, 유한킴벌리, 현대자동차, 유한양행, SKT, 현대중공업, 안철수연구소 순으로 나타났다. 존경받는 기업을 선정한 기준은 혁신 능력, 사회적 공헌, 고객'직원'주주 가치, 기업 이미지 등이라고 한다. 창업자의 뜻 있는 이념과 좋은 이미지를 지닌 기업들도 있고 선망의 대상인 대기업들도 있다.

사실 기업이 존경받기는 쉽지 않다. 반기업 정서, 특히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 정서가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번에 선정된 기업들 중에도 사회적 존경을 온전히 받는다고 공감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있다. 일류 기업으로 평가받지만 하청 기업을 옥죄거나 직원들에게 일은 많이 시키면서도 상대적으로 복지에는 소홀하고 고객들의 불만에 안이하게 대처하는 모습 등이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존경받으려면 기업주나 CEO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실적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원과 고객이 만족스럽고 때로 감동을 느끼며 사회적으로 좋은 평판을 얻는 기업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렇게 해서 존경받는 기업들이 많아지면 행복한 사람들도 많아지고 사회도 안정된다. 이처럼 중요한 기업의 역할이 우리나라 기업들이 지향해야 할 가치다.

김지석 논설위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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