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제주도 2천만명 다녀갔는데 경북엔 1억명 방문?

정확한 통계 정책 수립을

'제주도 2천만 명, 미국 그랜드캐니언 400만 명, 경북은 1억 명?'

경상북도는 지난해 도내 관광객이 9천700만 명을 웃돌았고, 올해는 1억 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도의 발표대로라면 제주도 한 해 관광객의 5배나 많은 인파가 올해 경북을 찾는다는 것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관광·휴양지, 골프장 등 도내 주요 관광지 313개소(유료 109, 무료 204) 방문객을 집계한 결과 국내외 관광객은 모두 9천788만8천703명(내국인 9천657만9천738명, 외국인 130만8천965명)으로, 전년에 비해 11% 증가한 것으로 돼 있다.

도는 관광객이 9천800만 명에 달한 것은 2008년 관광마케팅사업단 조직 신설 및 개방형 직위로 외부전문가를 영입해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마케팅을 한 결과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올해는 1억명을 유치하겠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관광 전문가들은 도의 관광객 집계방식이 관광치적 홍보에만 매달린 '짜깁기식 뻥튀기'라며 정확한 정보제공을 통해 관광 활성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도는 현재 유료관광객의 경우 관광지 일일 개장시간 내·외국인의 방문을 집계하고 있는데, 상당수 중복 집계로 부풀리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 예를 들면 한 사람이 하루동안 지역 관광지 4, 5곳을 방문할 경우 관광객 수는 1명이 아니라 4, 5명으로 계산되는 셈이다.

특히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 무료 관광객 수를 통계에 포함시켜 전체 관광객 수를 크게 부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는 현재 무료 관광객의 경우 관광지 입장권 판매를 기준으로 하는 유료 관광객과 달리 관광지 인구밀도나 차량 대수 등을 통해 육안으로 조사하거나 추정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관광객 수는 호텔과 콘도미니엄 등 관광지 숙박객 수를 기준으로 하거나, 밀집형 관광지에 대한 정밀한 집계가 이뤄져야 제대로 된 관광통계 정보를 통해 현실성 있는 관광 활성화 대책을 세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항공기와 여객선 탑승객 등을 기준으로 하는 제주도나 숙박객 및 교통편 승객 수 등을 기준으로 하는 외국의 관광객 수 집계 등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

미국 그랜드캐니언의 경우 2009년 관광객 수를 441만8천773명으로 발표했는데, 이 수치는 관광지 셔틀버스 승객 460만2천97명 중 중복탑승객까지 고려할 만큼 정확성을 갖고 있다.

관광객 수에 대한 정확한 집계와 함께 설문조사 등을 통해 관광객의 지역별 분포, 성향별 특성 등을 파악해야 제대로 된 관광정책과 방안을 세울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관광정책에 혼선만 줄 수 있다는 것.

지역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제주도가 2천만 명 선인데 경북도가 1억 명에 육박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도가 치적홍보를 위해 관광객 수 부풀리기를 할 게 아니라 관광객의 성향과 특성, 선호도 등을 제대로 분석해 올바른 관광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북도 관계자는 "현재 관광객을 정확하게 집계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면서 "다른 지자체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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