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대구 중구 포정동 대구근대역사관.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 5명이 전시관 안을 서성거렸다.
대구 근대 역사를 알려주는 영상물은 보는 이도 없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었다. 어르신들은 처음엔 신기한 듯 지켜보다가 잠시 후 "뭐 특별한 게 하나도 없네"하며 고개를 돌렸다. 역사관을 나서던 한 관람객은 "깨끗하고 좋은 건물에 많은 예산을 들여 꾸민 것치고는 내용물이 너무 빈약하다"고 했다.
93억여원을 들여 지난달 문을 연 대구근대역사관이 관람객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단순한 게시물과 영상물이 역사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그나마 있는 전시물도 '대구의 근대역사'와 딱히 관련이 없기 때문.
이곳에서 만난 오영일(71) 씨는 "대구의 근대 역사를 정리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일제시대 자료가 별로 없고 중앙로와 대구역 일대의 자료만으로 편중돼 있다"며 "대구 근대역사에 관한 자료를 좀 더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한 관람객은 "근대역사관 측에서는 1층 상설전시실에 150점의 전시물을 전시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자료가 대구 근대역사를 나타내기엔 '함량 미달'이었다"고 꼬집었다.
대구소비자연맹 임경희 회장은 "전시물 자료가 잘못된 것이 많고 무엇보다 근대역사관에서는 '대구'의 느낌이 전혀 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2층 기획전시실에서 '대구근대사진전'을 열고 있는 정성길 동산박물관 명예관장도 "안경과 라디오가 대구 근대역사와 도대체 어떤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 대구 역사와 전혀 상관없는 전시물들이 수두룩하다"며 "외지에서 온 손님들이 역사관을 둘러보면 '대구 근대역사를 소개할 만한 상징물이 이렇게 없느냐?"고 물었을 때 얼굴이 화끈거려 혼났다"고 말했다.
대구근대역사관을 다녀온 관람객들의 '불만'이 계속 터져나오자 23일 오전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현장을 점검했다. 이날 김의식 위원장은 "역사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 시의회가 나선 것"이라며, "부족한 점이 발견되면 시에 강력히 보완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구근대역사관 이호 관장은 "부산근대역사관은 대구보다 규모가 작은데도 매년 5억원의 예산을 쓰지만 우리는 1억원에 불과하다"며 "인력도 부족해 관리와 홍보, 연구 작업이 힘들다"고 해명했다.
한편 대구근대역사관은 유형문화재 49호인 옛 한국산업은행 대구지점을 대구도시공사로부터 기부채납 받아 내부 리모델링을 거쳐 지난달 24일 개관했다. 전체면적 1천971㎡,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의 역사관은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 체험실, 문화교육실 등을 갖추고 있으며 대구시는 이 사업에 93억4천만원을 투입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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