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인데 신용카드 발급이 된다고요?"
일부 사설 대부업체들이 신용불량자들을 상대로 신용카드 발급 대행을 빙자해 대출 영업 행위를 하면서 이용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사설 대부업체들은 신용카드 발급을 미끼로 회원 가입을 유도한 뒤 사실상 사채를 쓰도록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오후 대구 동구 용계동 도로변에는 '카드 발급 대행, 신용불량 100% 카드 발급'이라고 적은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해당 업체에 전화를 걸자 상담원이 "사용하는 휴대폰만 있으면 신용불량자도 카드발급이 가능하다. 신분증과 가족관계등록부, 통신요금 선납금 29만6천원을 준비해 방문해달라"고 설명했다.
전화를 끊자 담당자의 이름과 사무실 위치를 담은 문자 메시지가 날아왔다. 업체 설명에 따라 대구 중구 한 빌딩 사무실에 찾아갔다. 업체 관계자는 "선납금은 통신요금인데, 다 돌려준다. 원하는 신용카드 회사로 카드를 발급해준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정체불명의 '통신신용'을 담보로 한다며 휴대전화 요금의 선납금 명목으로 29만6천원만 내면 카드를 발급해주고 있다. 선입금한 돈은 '080'으로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본인이 매달 통화한 요금에서 제해준다는 게 업체 측의 주장이다. 이들은 매달 한도액에서 3%를 이자로 뗀 금액을 입금해주며 선납한 29만6천원을 통신요금으로 다 쓰면 카드 한도를 30만원으로 올려주는 등 최대 500만원까지 한도를 늘려주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선입금은 통신신용을 담보로 하는 것으로 가입 후 일정기간 동안 휴대전화를 해지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할부결제나 현금서비스, 대출 등 신용카드와 똑같이 사용할 수 있고 카드회사도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고 유혹했다.
대부업체는 신용카드를 발급해준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이 카드는 고금리의 대출금이 입금된 체크카드다. 체크카드에 대출금을 입금해주고 연 49% 가까운 이자를 받아 챙기고 있다. 그러나 한도 상향 및 무이자 납부, 익월 결제 등 마치 신용카드인양 회원을 유치하고 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카드 발급을 받으려면 개인 신용정보 조회와 본인 확인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대행 발급은 불가능하다"며 "통신신용이라는 것도 없을뿐더러 카드발급 대행업체를 통해 카드가 발급되는 경우도 없다"고 말했다.
이들 대부업체는 적발해도 처벌이 쉽잖은 형편이다. 대부업체 등록을 한데다 법정 이자 한도인 연 49% 이하로 이자를 받고 있기 때문. 실제 대구 중부경찰서는 지난해 12월 신용카드 발급 대행업체를 상대로 수사를 벌였지만 마땅한 처벌 규정을 찾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신용카드 발급 대행'이라는 불법 현수막에 대해 옥외 광고물법 위반을 적용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게 전부였다"며 "마치 신용카드를 발급해주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고는 있지만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대부업이 활개를 치고 있다"고 주의를 요구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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