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치솟는 유가…인플레 공포도 커진다

리비아 쇼크에 증시 출렁…정부, 물가상승 차단 비상

중동발 '재스민 혁명'이 주요 산유국인 리비아까지 몰아치면서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두바이유 현물 가격이 30개월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코스피 및 세계 주요 증시는 더블딥 우려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또 환율 및 유가 상승 여파로 국내 산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가파른 유가 상승

석유공사에 따르면 22일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1.40달러 오른 배럴당 100.36달러에 거래됐다. 2008년 9월 8일 이후 처음으로 100달러 선을 돌파한 것. 2008년 중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안팎에 이르면서 '3차 오일쇼크' 우려가 제기됐지만 같은 해 9월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고꾸라지면서 유가도 주저앉았다.

중동발 유가 상승은 전 세계로 파장을 미치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주말보다 7.21달러(8.6%) 오른 배럴당 93.57달러에 거래를 마감, 2년 6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런던 ICE 선물시장의 4월 인도분 브렌트유 역시 2.7%가 올라 배럴당 108.57달러에 거래됐다.

리비아는 아프리카 최대의 석유 보유국으로 전세계 원유 생산의 1.7%를 차지하고 있다.

이미 일부 석유업체들은 리비아에서 직원들을 철수시키는 등 조업을 중단하고 있어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에는 공급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산업계는 "국제유가 급등은 세계경제 회복에 치명적 악재가 될 수 있다. 리비아 사태가 확산하면 '국제유가 급등'이라는 공포감이 점점 더 짙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투기 수요를 키워 2008년 여름의 유가 폭등이 재현될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출렁이는 금융시장

중동 사태는 증시와 환율 등 금융시장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다. 또 일본의 신용등급 하락 및 뉴질랜드 강진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23일 장 개장과 함께 코스피는 1962포인트로 전날보다 하락세로 출발한 뒤 혼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22일에도 코스피는 전날보다 26.96포인트 하락한 1978.34로 출발한 뒤 1969.92로 마감했고 코스닥은 512.06으로 8.53p 떨어졌다.

세계 증시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일본의 닛케이 평균 주가는 1.78%, 대만의 가권지수 역시 1.87% 하락했고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의 FTSE100 주가지수가 1.12%, 프랑스 파리증권거래소의 CAC40 주가지수가 1.4%, 독일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의 DAX 주가지수가 1.4% 하락했다.

증시 관계자들은 "중동의 민주화 시위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8대 산유국인 리비아까지 미치면서 증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유가 관련 업종은 특히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율도 불안하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22일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일보다 9.50원 오른 1천127.6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기준으로 이달 11일(1천128.6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안전자산인 달러 매수에 시장이 적극 나선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역외의 달러 매수에 이어 국내 은행권(역내)의 달러 매수세도 이어지면서 환율이 당분간 오를 전망이라는 분석도 뒤따르고 있다.

시중은행 딜러는 "중동 정세 불안과 일본의 신용등급전망 하향 등은 국제금융시장에서 (글로벌) 달러 강세 재료로 작용할 것"이라며 "대외 악재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원화 매도' '달러 매수'의 거래 행태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정부 대책

정부의 부담도 커졌다.

우선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웃도는 기간이 5일 이상 이어지면 에너지 분야에서 절약 중심의 대책을 내놓을 전망이다. 다만 물가 대책은 종전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시장 상황을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원유에 붙는 관세나 석유제품에 매기는 유류세에 대해 손댈 생각이 없다고 수차례 확인했던 정부의 입장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과거 원유가격이 100달러를 넘어 폭등하던 2008년 3~12월 유류세 10% 인하를 단행한 바 있기 때문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국제 유가가 100달러는 넘는 등 물가를 둘러싼 국내외 환경이 대단히 비우호적"이라며 정부가 다시 한 번 물가안정 의지를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가부담 등으로 가격이 일부 조정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면 인플레가 구조화돼 거시경제 안정기반을 저해하고 서민생계의 부담 증가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윤 장관의 발언은 유가가 치솟으면서 확산될 수 있는 기대 인플레 심리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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