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원우의 신작 '돌풍전후'는 1980년 이른바 '서울의 봄' 시절에 대한 회고담을 액자소설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대학 교수로 근무하는 소설 속 화자에게 어느 날 퇴직한 선배 교수(임 교수)가 인터넷 메일로 장문의 회고담을 보낸다.
임 교수는 회고담에서 1980년대 풍경을 이야기한다. 당시 그에게는 여자문제, 국가문제, 학교문제가 겹쳐져 있었다. 그러니까 회고담은 동료 여교수와 정분이 났던 개인사와 당시 신군부의 통치형태가 교차하면서 연결된다. 이 과정에서 개인사와 공적 역사는 축약되거나 확대 재생산된다. 물론 임 교수가 몸담고 있는 대학 이야기는 우리나라 사학(私學)을 상징한다. 소설은 1차적으로 회고담을 통해 사립대학의 교수회 분위기, 여교수의 개인적 삶을 트집 잡는 학교 당국의 이야기, 야바위 같은 정치판의 뻔한 놀음을 표현한다.
또한 임 교수의 이 회고담은 소설 속 화자인 한 교수와 지은이인 김원우의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다. 지은이는 액자 속 인물인 임 교수의 이야기를 통해 액자 밖 분신인 한 교수를 이야기하고, 더불어 지은이 자신이 속한 '가짜 사회, 해프닝의 진실'을 반성적으로 풀어내고 있는 셈이다.
살벌한 시대의 눈치놀음과 부화뇌동이 수시로 교차하는 가운데, 회고담의 화자인 임 교수는 개인의 자기결정권과 자기보존 권리가 언제든 위협받을 수 있는 사회라면 다른 모든 것들은 공론(空論)이 될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한다. 소설은 군부통치시절 한국사회와 사학의 폭력성을 절묘하게 엮어서 표현하고 있는데, 소설 속 임 교수와 미혼의 동료 여교수의 춘사는 지극한 자기희화인 동시에 읽는 재미를 더한다. 소설 말미에 두 편의 중편소설 '나그네 세상'과 '재중동포 석물장사'가 함께 수록돼 있다.
지은이 김원우는 계명대학교 문예창작학교 교수로 있으며 이번 소설은 2008년 '모서리에서의 인생독법' 이후 3년 만에 출간된 장편이다. 436쪽, 1만3천500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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