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직장 단골집] (47)대구시시설관리공단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 무교동 낙지 전문점

겨울이 슬그머니 물러날 채비를 한다. 겨우내 얼었던 몸과 마음도 서서히 풀리고 있다. 이럴 때 입맛을 확 돋워주는 '특별한 무엇'이 생각난다.

대구시 달서구 본동에 있는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 장화식(52) 관장과 직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낙지요리'를 추천한다. 장 관장은 "낙지는 쓰러진 소도 일으킨다는 말이 있다"며 사무실 앞 단골집 '무교동 낙지 전문점'으로 초청한다.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 직원들은 가끔 회식할 때마다 늘 이곳을 찾는다. 따로 회식장소를 알릴 필요가 없다. 모두 알아서 '무교동 낙지 전문점'으로 향한다. 음식이 준비되는 동안 가볍게 반주를 즐긴다. 낙지볶음과 함께 하는 날이면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이어진다. 의기투합하면 2차로 이어진다. 맛있는 음식은 동료의 인화단결과 업무능력을 상승시키는 묘한 매력이 있다.

"오늘 얼큰한 낙지 한판 해볼까?"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장 관장이 은근슬쩍 제안한다. 직원들은 대환영이다. 오늘도 회식 장소는 변함없다. 역시 사무실에서 100m 남짓 떨어진 '무교동 낙지 전문점'이다. 오랫동안 지속된 무언의 약속이다. "매번 같은 장소에서 회식하면 싫증 나지 않느냐?"고 하자 신현옥(44) 주임은 "모두 낙지요리를 좋아해서 한 번도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일축한다.

무교동 낙지 전문점은 이곳에서만 18년째다. 손님 대부분은 이 집의 음식 맛에 익숙해진 오랜 단골손님들이다. 자리에 앉자마자 구수한 누룽지가 그득한 숭늉 그릇이 손님들을 맞는다. 식사 전 입맛을 돋워주는 '숭늉수프'인 셈이다. 장 관장은 "사시사철 변함없이 제공하는 '숭늉과 쌈 배추'는 이 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음식에 들어가는 낙지는 여수와 삼천포에서 잡은 낙지다. 음식 맛을 위해 산 낙지만 사용한다. 각종 채소 더미 위에 자리 잡은 낙지는 냄비가 서서히 가열되자 꿈틀꿈틀 탈출을 시도한다. 뽀글뽀글 냄비 속의 음식이 서서히 익어가면서 감칠맛 나는 양념 냄새가 훅! 하며 코를 자극한다. 냄새를 맡는 순간,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고 싶어지는 유혹이 인다. 입안에서 군침이 확 돈다. 역시 음식은 입맛으로만 먹는 것이 아니라, 시각과 후각 등 오감으로 즐긴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완성된 낙지볶음은 오색찬란하다. 입맛을 자극하는 매콤달콤한 독특한 양념 맛에다 상큼한 채소가 어울려 살근살근 씹히는 느낌은 일품이다. 생각만큼 맵지 않다. 잘 익은 낙지는 연하면서 쫄깃하다. 부드러운 듯하면서 적당하게 야들야들하다. 양념에 버무려진 채소와 낙지를 샛노란 배추에 쌈을 싸서 한입 가득 먹는 것도 또 다른 즐김이다.

송낙현(38) 체육팀장은 10년째 단골이다. "새벽에 회원들과 운동을 끝낸 후 아침 겸 점심으로 즐기는 낙지볶음은 천하일미"라며 오랜 단골이 된 비결을 귀띔한다. 신현옥 주임의 칭찬도 이어진다. "절대 화려하지는 않지만, 음식이 깔끔하고 토속적이라 싫증 나지 않는다"고 밝힌다. 울진이 고향인 김인옥(43) 씨는 "바닷가 출신이라 낙지 마니아"라며 "낙지볶음을 먹을 때는 늘 속에서는 그만! 이라고 신호를 보내오는데 입맛은 계속 당기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한다.

이 집의 낙지볶음은 눈물을 쏙 뺄 정도로 매운맛이 특징인 '서울 무교동 낙지'와는 다르다. 조재연 사장은 "처음엔 서울식으로 매운맛으로 요리를 했으나 손님들이 '너무 맵다'고 해서 조금 순한 맛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밑반찬은 수수한 편이다. 하지만, 여주인 조 사장은 갓김치와 젓갈은 직접 담근다. 양념 갓김치가 아니라, '물 갓김치'다. 독특한 향기에다 시원한 맛이 더해져 모든 손님들에게 인기다.

남은 양념에 볶아먹는 볶음밥은 누구나 기다리는 메뉴이다. 끈질기게 볶음밥을 기다려 온 모달숙 차장은 "낙지 맛을 즐긴 후에도 볶음밥의 유혹은 뿌리치기 힘들다"고 말한다. "오늘은 절대 과식하게 않겠다"고 굳게 다짐했지만, 고소한 볶음밥에 이끌려 한입 맛보다 보니 어느새 또 과식이다.

즉석 낙지볶음은 2만3천원(소), 3만3천원(대) 두 종류다. 갈비를 첨가한 갈낙전골은 2만8천원(소), 4만원(중) 5만5천원(대), 낙지 연포탕은 1인분에 1만5천원이다. 이외에도 안줏감으로 홍어 수육(2만원), 낙지무침(3만원), 낙지데침(2만3천원) 등 다양하게 준비된다. 예약은 053)527-6622.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추천메뉴-연포탕

대부분 손님들은 요리로 매콤한 볶음을 즐긴다. 하지만 마니아들은 "뜨끈한 국물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연포탕이 진정한 맛"이라고 말한다. 연포탕은 술을 마신 다음날 속풀이용으로 제격이다. 깔끔하고 시원한 맛의 연포탕 한 그릇이면 속이 확 풀린다.

연포탕에서 향긋한 인삼냄새가 풍긴다. 부글부글 끓는 맑은 국물 속에는 인삼이 통째로 들어 있다. 연포탕을 즐겨 먹는 사람들은 '먹물'맛을 즐긴다. 밤, 대추, 인삼, 우엉, 마늘에다 표고'느타리'팽이 등 버섯도 듬뿍 들어 있어 마치 '한방 영양 연포탕' 같다.

한입 맛보는 순간, 심심하고 부드러워 어쩐지 몸에 좋을 것 같다. 조 사장은 "연포탕은 숙취해소에도 좋지만, 감기에도 특효"라고 소개한다. 연포탕 한 그릇 다 비우고 숟가락 놓을 때쯤이면 입안에 바다 향이 그윽해진다.

이홍섭기자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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