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값 똥값, 세계에서 제일 싼 집, 너무 싸서 2번 놀라는 집…."
대구시 중구 봉산육거리에서 동성로로 이어지는 300여m에 이르는 속칭 '통신골목'에 가면 기발한 상호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 거리에는 이동통신 3사의 대리점과 단말기 판매점 이외에 타 업종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이곳 업주들은 아예 '통골'(통신골목)이라는 줄임말로 부른다. 수많은 판매점이 모여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 보니 거리를 지나는 고객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유일한 수단은 화려하고 튀는 대형 간판이다.
장사꾼이 밑지고 판다는 말은 '처녀가 시집 안 간다' '늙으면 빨리 죽어야지'와 함께 3대 거짓말에 속한다는 유머도 있지만 문구만 보면 공짜 천국이다.
통신골목 입구에 들어서자 '통신골목 시작 헐(her)입니다'라는 '헐통신' 점포는 10대의 유행어를 문구로 활용해 눈길을 끌고 있다. '손님을 왕으로 모시겠습니다'라는 문구로 중국 위'촉'오 삼국의 천하쟁패를 연상시키는 '삼국지 통신'과 '폰값똥값'이라며 화투장을 간판에 등장시켜 손님의 눈길을 끌고 있다. '辛 화끈한 가격'은 신라면 포장지를 배경그림으로 가격을 화끈하게 파괴하겠다고 선포하고 있다.
'휴대폰 가격의 태풍은 쭈~욱~, 우리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통골(통신골목)에 휴대폰을 팔러왔다'는 문구와 함께 배경그림으로 애꾸눈 해적을 간판에 등장시킨 '보물섬'도 나타난다.
'싼 집 찾다가 열 받아서 내가 차린 집' '내가 싸게 파는 걸 딴 집에 알리지 마라' '싸게 팔다 왕따 된 가게' 등의 간판은 실소를 자아낸다. '윽수로 오래된 집 열라 싼 집' '여기는 맨날~맨날~ 엄청 싸게 마이 파는 집' 은 구수한 사투리로 손님을 끌고 있다.
'세계에서 제일 싼 집'이 있는가 하면 '대한민국 상위 1% 싼 집' '전국에서 2번째 싼 집'이라며 최저가를 양보하는 애교(?) 있는 점포도 있다.
영화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 '폰값 휘날리며', 온라인 레이싱게임 '카트라이더'를 캡처한 '가격, 따라올테면 따라와 봐' 등의 간판은 저작권 시비가 붙지나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믿음, 신뢰, 정직이라는 매장 가훈까지 떡하니 붙여놓은 '슈퍼스타'나 항상 365일 점포정리처럼 싸게 판다는 '365일 점포정리'하는 점포도 있다.
그 외 '맨날천날싼집' '공짜보다 더 싼집 노마진' '휴대폰 천국' '초특급 울트라 캡숑 왕짱 싼집' '뭐라카노' '괴로워도 슬퍼도 난 싸게 팔래요' '딴집엔 없어도 우리집엔 공짜 있다' '원조공짜' '무조건 딴집보다 싼 집' '싼폰 나라' '너무 싸서 2번 놀라는 집' '대한민국 NO.1 폰값' '마구마구 공짜' '둘이 합쳐 IQ 100, 계산 못해 공짜로 막 주는 집' '이 죽일 놈의 폰 값아!' '가격 듣고 놀라 심봉사 눈 뜬 집' '얼마요? 쌀까요' 등의 상호도 있다.
'세계에서 제일 싼 집' 이준권(26) 팀장은 "기존의 점잖은 간판 상호에서 톡톡 튀는 상호로 바꾸니 지나던 손님들도 부담 없이 찾아오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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