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요즘은 "모든 상품은 기능성으로 통한다"는 말이 유행이다. 각종 기능성을 강조한 상품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기능성 상품들은 의'식'주 모든 생활에 '웰빙'을 내세워 '더 편리함'과 '더 특별한 효능'을 강조한 형태로 쏟아지고 있다. '기능성 상품'이라면 일단 호감이 간다. 무엇인가 '특별함'이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신제품마다 '기능성'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하는 것이 문제다. 소비자는 그 효능의 진위 파악에 혼란스럽다. 전문가들은 "기능성에 대해 너무 현혹돼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기능성 제품의 '허와 실'을 분석해 본다.
◆기능성의 의미
기능성의 사전적 의미는 '기능이 가지는 역할과 작용 효과의 정도'를 말한다. 따라서 '기능성 상품'이란 용어는 말 그대로 '새로운 기능이 있는 제품'을 말한다. '기능성'이란 용어를 쓸 수 있는 경우는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식품과 화장품 등은 식품의약품안전청(KFDA) 등 분야마다 관계기관에서 엄정하게 심사, 관리하고 있다.
◆물과 쌀 등 식품에도 기능 강조
이제는 물도 기능성을 강조하는 시대다. 서울 강남구에는 '물 카페'가 있다. 국내외 유명 생수를 갖춰놓고 '기능성 물'을 판다. 이제 물도 기능별로 골라 마시는 시대를 맞고 있다.
칼슘 쌀과 다이어트 쌀, 당뇨 쌀 등 '기능성 쌀'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알코올 중독 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지닌 쌀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돼 비상한 관심을 끈다.
우리나라에 '기능성 식품'이란 용어가 통용되기 시작한 것은 2002년 8월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부터다. 2004년부터 건강기능식품의 관리제도와 법규를 완전히 갖추고 시행에 들어갔다. 식약청 기준에 따르면 '기능성 식품은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하여 정제'캡슐'분말'과립'액상'환 등의 형태로 제조'가공한 식품을 건강기능식품'으로 정의하고 있다. 기능성 식품은 음료, 껌, 사탕류, 스낵류, 우유류 등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질병 완화에서 키 성장까지 도와주는 신발
요즘 웰빙 붐을 타고 '기능성'이라는 이름을 달고 시중에 나온 브랜드만 수십 개에 이를 정도다. 기능성 신발은 마사이족 워킹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데 이어, 최근엔 스프링 신발 등 건강에 도움이 되는 기능성 제품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최근 대구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기능성 신발 '헬스킹'이 눈길을 끌고 있다. 국내 기능성 신발 박람회에서 브랜드대상, 기술혁신대상을 받았다.
헬스킹 신발을 개발, 특허를 획득한 이상필(63) 연구개발소장은 "헬스킹은 당뇨병이나 무릎관절 질환이 있는 사람, 허리가 아픈 사람 등에게 특별한 효과가 있음은 물론, 젊은이들에도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한다. 15년 동안 당뇨병 치료를 받아 온 박문기(69'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씨는 "헬스킹 신발을 신고부터 당뇨병 증상이 완화되고 협심증 증세도 나아졌다"고 말했다.
국내 유명한 신발제조업체들도 어린이 성장과 건강에 도움되는 신발, 다양한 스포츠'레저용 기능을 강조한 제품들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화장품, 효능 논란 여지 많아
기능성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상품 중 하나는 화장품이다. 화장품업체들은 기존 제품에 몇몇 성분을 추가하거나 함량을 높여 노화방지, 보습, 미백, 자외선 차단 등의 효과를 강조한 제품들을 경쟁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일부 제품들은 차별화된 기능성을 강조하면서 고가(高價) 정책을 펴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 제품의 효능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많다. 특히 화장품의 비밀을 다룬 책은 논란에 불씨를 지피기도 했다.
기능성 화장품은 그 효능에 대해 식약청의 승인을 받게 되어 있다. 달성피부과의원 김인주 원장은 "화장품 분야의 기능성 인증은 주름개선, 미백, 자외선 차단 등 3가지뿐"이라고 말한다. 특히 "KFDA에서 인증한 화장품의 기능성은 일단 믿을 수 있다"며 "정식인증 없이 기능성 제품류라고 소개하는 것은 대부분 '보습' 등 조금의 효과만을 가미한 것일 뿐이므로 잘 보고 선택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한다.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서 자신의 피부 상태를 파악하고 꼼꼼하게 화장품 성분을 살펴보는 습관을 들인다면, 무조건 화장품의 화려한 포장이나 좋은 향기, 매끈한 감촉에 매료되어 충동구매를 하거나 무조건 고가의 제품을 선호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다양한 기능성 의류
본격적으로 기능성 섬유 시대가 열리고 있다. 입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똑똑한 의류가 속속 선보이고 있다. 스키복은 좀 더 나은 보온과 방수, 수영복은 신축성, 등산복은 방풍방수 기능의 강화 등 다양한 기능성을 발휘하고 있다. 최근 등산복에 GPS를 붙인 제품이 출시돼 등산 마니아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제품은 등산을 하던 중 조난을 당했을 때 GPS 기능으로 인해 자신의 위치를 알릴 수 있어 긴급구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독한 추위를 기록한 올겨울 기능성 발열 내의가 불티난 듯 팔렸다. 단순히 보온기능에 중점을 두었던 속옷 개념에서 탈피해 다양한 기능을 가진 내의로 진화하고 있다. 겨울엔 뜨끈뜨끈한 열을 내는 작업복, 여름엔 얼음조끼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진 의류가 개발되고 있다.
◆기능성'안전성 제품만 4천500종
기능성 제품의 진정한 효능에 대해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저는 기능성 제품이라고 적힌 상품은 절대로 구매하지 않습니다. 특별한 기능을 가졌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김성희(28'대구시 달서구) 씨는 기능성 제품에 대해 부정적이다. 기능이란 말을 붙여놓고 가격만 더 올려받자는 의도라는 지적이다. 기능성의 효능에 대해 일반인들의 반응은 '효과가 있다'와 '별다른 효과가 없다'로 나누어진다.
전문가들은 "기능성 제품을 선택할 때는 제품이 보유하고 있는 특수 성능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구매해야 한다"며 "허위'과장광고에 소비자들이 현혹되지 말고 각 분야의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한다.
식약청은 화장품은 의약품과 같은 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하거나 기능성 화장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기능성이 있는 것처럼 광고하는 경우가 있어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신발도 한때 밑창이 둥근 신발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건강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전 마라톤 국가대표이자 경희대 체육대학원 겸임교수인 이홍렬 박사는 밑창이 둥근 신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제시하기도 했다.
식품의 경우 웰빙 열풍을 타고 정부가 기능성 및 안정성을 인정한 제품만 해도 4천500여 종에 이른다. 건강기능식품의 종류가 넘쳐나면서 그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는 "많은 사람이 '식약청 인증'이라는 말만 믿고, 건강기능식품의 효과를 맹신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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