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종욱의 박정희이야기] (16)식량 자급을 향한 힘겨운 도전, 전천후 농토조성

1967년부터 잇따라 3년 동안 전라도와 경상도 지역에 한해(旱害)가 들었다. 일찍이 보지 못했던 혹심한 가뭄으로 벼를 비롯한 농작물의 큰 감수(減收)는 물론, 농가에도 엄청난 피해를 주었다. 그러나 정부의 재빠른 구호로 절량농가(絶糧農家)는 발생하지 않았다.

박정희 대통령은 공무원에게 보내는 친서를 통해 "구호에 만전을 기해 메마른 농토 위에서 상심하는 동포들을 위로하고, 한 사람도 굶주리는 일이 없도록 관계 행정관청이 책임지고 구호해서, 이농 방지와 재기 의욕을 불러일으키도록 지도하라"고 당부했다. 민족의 굶주림 극복, 그것은 박정희 대통령의 신념이었다. 또한 한해대책을 추진함에 있어서도 "일시적이고 미봉적인 대책이나 위기 모면에 그치지 말고, 예산과 물자의 효율적인 활용으로 일시 구제가 아닌 전천후 농업의 실현을 전제로 하는 항구적 효용이 지속되도록 하고, 구제 대책은 항상 장래의 재건에 역점을 두는 방향으로 강구하도록" 지시했다.

이와 함께 이 땅에서 '보릿고개'라는 말과 더불어 '한해'라는 말을 다시 쓰는 일이 없도록 '항구적 한해대책'을 병행하도록 당부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손수 농업용수 개발계획의 예시도(例示圖)를 만들어 전국 시'도에 내려 보냈다. 전국적으로 한해 상습지를 정밀 조사하여 지하수 개발'저수지와 도수로 건설'전전환(田轉換) 등으로 종합계획을 만들어 연차적으로 실행에 옮기도록 지시하였다. 특히 저수량이 적은 소규모 저수지인 종래의 소류지(沼溜池)는 비가 그치면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사실을 주지시키며, 상류 수원'담수 능력'몽리 면적 등을 감안한 개발 방법을 선택하도록 지시했다. 그리하여 역사상 처음으로 전국적인 농업용수 개발계획이 완성되었다. 1968년 11월 15일 정부에서 발간된 책자의 머리말에 다음과 같은 친필 유시(諭示)가 실렸다.

"내 필생의 소원은 푸른 숲과 물 걱정 없는 강산이다.… 전천후 농토조성 계획의 웅대한 첫걸음은 이것으로써 내디디게 되는 것이다. 나는 이 거창한 계획이 우리의 의지와 노력으로 기필 완수되고야 말 것을 의심치 않는다.… 수천년래 한발에 무방책인 농토 위에 살며, 천후에만 의존하여 농사를 지어 온 서글프고 부끄러운 과거를 이제 다시 장래에 연장시킬 수는 없다.… 촌각을 아껴 이 사업 목표를 향해 끈덕진 노력을 다해야 하겠다. … 푸른 숲과 잘 정리된 경지마다 물 걱정이 없는 강산, 이 꿈을 이룩코자 함이 내 필생의 소원이다."

또한 우리나라 "전체 논 면적의 43%에 해당하는 경지가 여전히 수리 불안전답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전체 농토를 전천후 농토로 조성한다는 것은 비단 농업부문에 한정된 과제가 아니라, 조국근대화의 절대적인 요건임"을 다시 강조하였다. 그리고 개발사업을 위한 조사와 계획을 1968년 11월 20일까지 완료하되, 외국 기술단의 참여를 비롯한 지역별 계획과 대책을 구체화한 대통령 훈령 제23호(1968. 11. 14)가 시달되었다.

그에 따라 수계별(水系別)로 정밀 조사가 이루어졌고, 조사된 자료를 바탕으로 종합계획이 마련되었다. 지역 여건에 따라 크고 작은 저수지와 도수로를 건설하는 한편, 천수답을 밭으로 바꾸어 나갔다.

그와 함께 장기 계획으로 다목적 댐을 건설해 나갔다. 섬진강댐을 시작으로 남강댐'소양강댐'안동댐'대청댐'충주댐 등의 순서로 전국 주요 4대강에 15개의 다목적 댐이 건설되었다. 그리하여 홍수 조절은 물론, 농업용수'공업용수'생활용수 등 각종 용수 공급과 수력발전을 병행하는 다목적의 용도로 활용되도록 하였다.

안동댐은 안동시에 있는 다목적 댐이다. 그 규모는 높이 83m, 길이 612m, 저수용량 12억4천800만t의 사력댐으로 국내 최초의 양수 겸용 발전소를 갖추고 있다. 이 댐은 하구로부터 약 340km 상류에 위치하며, 1971년 4월에 착공하여 1976년 10월 본댐이 준공되었다.

그날 박정희 대통령은 준공식에 참석하였다. 그 자리에서 관계자로부터 현장 설명을 듣고, 댐 건설에 공이 큰 수자원개발공사 관계자를 포상'격려하였다. 그리고 안동댐의 준공으로 낙동강 유역 16만 정보의 농경지에 용수 공급은 물론, 1만여 정보의 천수답을 수리안전답으로 바꿔 연간 5만t 정도의 식량증산 효과를 거두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렇게 식량 자급을 향한 힘겨운 도전은 하나둘 결실을 보았고, 마침내 쌀의 획기적 증산과 식량의 완전 자급을 이루는 전천후 농토가 조성되었다.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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