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란 속담이 있다. 이달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미션'이 이 속담을 떠올리게 하며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 동명영화 '미션'을 뮤지컬로 옮긴 이 작품은 영화음악의 거장이자 '넬라판타지아'로 국내에 잘 알려진 엔니오 모리꼬네가 총음악감독을 맡으면서 제작 초기부터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다. 120억원이라는 제작비를 국내 제작사가 기획, 투자하고 이탈리아 제작진이 제작을 맡으며 세계시장을 겨냥한 작품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개막과 동시에 수준에 못 미치는 배우들의 연기와 가창력, 빈약한 무대 세트, 라이브 연주가 아닌 녹음 반주, 립싱크 등 각종 비난과 혹평에 휩싸이며 또 다른 화제의 중심에 서고 말았다. 각종 악성 댓글과 항의 문구로 급기야 '미션' 인터파크 게시판을 임시로 폐쇄하는 사태까지 발생하는 등 최악의 사태에 직면해 있다.
제작사는 공연 중임에도 불구하고 주연배우를 전격 교체하고 합창단 15명을 긴급 투입하는 등 작품 보완을 위한 극단의 조치를 취하면서 개막 첫 주 관객을 대상으로 재관람의 기회를 주는 이른바 '리콜 서비스'라는 뮤지컬 사상 초유의 조치를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뮤지컬 '미션'이 보여준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우리나라 뮤지컬 제작 현실을 되짚어보게 한다. 먼저 '자본만 있으면 뮤지컬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서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물론 자본은 뮤지컬 제작에 있어 피와 같은 존재이다. 하지만 피는 튼튼한 심장과 혈관이 없이는 원활한 순환을 기대하기 힘들다. 노래, 춤, 연기가 결합된 종합예술인 뮤지컬은 다른 장르에 비해 각 분야의 전문성을 요하는 작업이 많다. 그만큼 현장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한 것이다.
자본으로 각 분야의 전문가를 섭외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전문가들을 잘 활용하고 전체적인 균형을 잡아나가야 할 프로듀서나 연출가가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한다면 배는 산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계 시장을 겨냥한 대작이라면 당연히 거쳤어야 할 '트라이 아웃' 공연이나 최소한의 프리뷰 과정을 통한 수정, 보완의 과정이 없었던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뮤지컬 제작 경험이 일천한 국내 신생 제작사와 이탈리아 제작진의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었으리라 추측되는 부분이다.
몇 년 전 필자도 대구를 소재로 한 소극장 창작뮤지컬 한편을 제작한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1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준비기간에 적은 예산으로 의욕만 앞세운 무모한 도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6개월여 동안 대본 작업에 매달렸지만 원하는 대본은 완성하지 못한 채 시간에 쫓겨 작품의 완성도를 원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지 못한 채 막을 올릴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기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한 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는 보다 철저한 준비와 충분한 프리 프로덕션(pre-production)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션' 공연도 결국 사전제작 과정의 소홀함에서 결정적인 문제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공연계에는 '그래도 막은 올라간다'라는 속설이 있다. 준비 과정이 힘들지만 열심히 노력한 성과가 무대 위에서 나타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단순히 올리는 데만 급급한 공연은 이제 그만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준비된 작품이든 준비에 소홀한 작품이든 막을 올릴 수는 있지만 작품이 무대에 오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완성도 높은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갈수록 간절해진다.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준비된 작품들이 무대에 오르고 관객의 객관적인 평가에 의해 수정, 보완 작업을 거쳐 작품의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는 가능성 있는 창작 뮤지컬이 필요한 시대이다.
한편 이번 '미션'의 사태는 한국 관객들의 수준이 얼마나 높아졌는가를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창작 뮤지컬을 준비하는 뮤지컬 제작자들이 관객과의 소통과 교감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최원준 ㈜파워포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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