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물 말라버린 달성습지… 수량 줄어 육상화

낙동강 수변경관 12경에 뽑혔지만… 생태계 망가져

23일 대구경북늘푸른자원봉사단원들이 달성습지에서 환경정화 작업을 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23일 대구경북늘푸른자원봉사단원들이 달성습지에서 환경정화 작업을 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지역을 대표하는 생태보고인 달성습지가 건천화하면서 수중 동·식물들이 자취를 감추는 등 습지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23일 오후 대구시 달서구 대천동 낙동강과 금호강 합류지점의 달성습지에서는 물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곳은 정부가 지난해 낙동강 살리기 사업 수변생태경관 12경으로 선정한 곳이지만 물기를 머금어야 할 땅은 메말라 있었고, 웅덩이는 억새만 무성했다. 개구리 등 양서파충류와 수서곤충들도 자취를 감췄다. 먹이가 부족해 영양실조로 죽은 잡식동물인 너구리의 사체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물이 없는 탓에 관리사무소 부근에 있는 50여 그루의 왕버들나무는 고사했거나 고사 직전에 놓여 있었다. 홍모리오리, 물닭, 흰뺨검둥오리 등 달성습지를 찾는 철새들도 과거 수만 마리에서 최근엔 수천 마리로 급격히 줄었다. 갈대 등 습지 식물들이 줄어든 자리엔 억새와 가시덤불, 환삼덩굴, 쑥 등 육상 식물들이 대신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낙동강 상류에 다목적 댐이 건설되고 물 공급이 줄면서 습지가 본래 모습을 잃고 있다고 했다.

3년째 달성습지에서 환경감시를 하고 있는 대경습지보전회 석윤복 팀장은 "달성습지에 물이 공급되지 않으면서 점점 '육상화'되고 있고, 육상 식물들이 갈대 등을 몰아내고 있어 습지로서의 특성을 잃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습지를 찾는 철새들의 개체 수도 급속히 감소하는 등 국내 최대 규모의 흑두루미 월동지라는 명성은 이미 빛이 바랬다"고 걱정했다.

주민 김대성(64) 씨는 "10여 년 전만 해도 달성습지는 수목과 갈대가 우거져 개구리와 철새 등 각종 수중 동·식물들의 천국이었는데, 지금은 아주 황폐해졌다. 시급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우려했다.

이달 초 고라니를 촬영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던 한 방송사 환경스페셜팀은 달성습지의 모습에 반해 특집팀을 다시 꾸려 22일 습지를 찾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 PD는 "대도시 인근에 이처럼 큰 규모의 습지는 전국에서 유일할 것"이라며 "천혜의 자연보고를 갖춘 대구가 부럽기도 하지만 이렇게 습지를 방치하고 있는 현실이 놀랍다"고 했다.

달성습지가 망가지고 있는 데는 대구시와 대구지방환경청의 무관심도 한몫하고 있다. 대구시 등은 2005년 달성습지 일부 지역을 복원하고 야생 동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했지만 이후 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3대 문화권 사업에 달성습지 보존 개발안이 포함돼 있는데 조만간 용역 결과가 나오면 보존 사업에 착수할 것"이라며 "2016년까지 270여억원을 투입해 달성습지의 샛강 복원에 나서면 달성습지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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