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삼성 바이오사업 놓친 대구…대기업유치 '전략'이 없다

환경조성 노력·인센티브 개발 '새판'촉구

대구시가 1년 넘게 '러브콜'을 보내온 삼성전자 바이오사업(투자 규모 3조원) 투자 유치에 실패(본지 25일자 1면)하면서 시의 안이한 대기업 유치 정책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90년대 초부터 이어져 온 대기업 투자 유치가 사실상 모두 무산되면서 국내 대도시 중 유일하게 대기업을 유치하지 못한 시 정책 반성과 전면 재수정이 불가피해진 것.

시는 지난해 말 'SK' 유치에서도 똑같은 실패를 반복했다. 1년 넘게 SK케미칼의 국내 최대 규모 백신공장(투자 규모 1천115억원) 유치에 공들여 왔지만 정작 SK는 안동을 선택했다.

대구의 대기업 유치 실패 역사는 1990년 초반 김영삼 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삼성그룹은 삼성자동차 부지로 대구 대신 부산을 선택했고 지역민들의 거센 분노에 직면했다. 삼성은 자동차 대신 상용차를 성서공단에 입주시키는 차선책을 내놨지만 이내 부도가 나 퇴출됐다.

이후 소원한 관계를 유지해 온 대구시와 삼성은 지난해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을 계기로 관계 회복 기미를 보이는 듯 했으나 이번 삼성 결정은 다시 대구시를 실망시켰다.

삼성뿐 아니라 '쌍용'과 '한국필립모리스' 역시 대구를 실망시킨 대기업이다. 쌍용은 1991년 달성2차산업단지 부지를 자동차 전용단지로 조성한다고 발표했으나 국제통화기금(IMF)여파로 갑자기 중단했다. 한국필립모리스 경우 2007년 1억5천만달러의 투자를 약속하고 달성 2차산업단지 외국인 전용 용지 930만여㎡를 분양 받았지만 약속을 어겼다. 2년여가 지나도록 공장 건립 첫 삽조차 뜨지 못하면서 결국 시는 이곳 분양을 전면 취소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기업 유치 실패에 대해 시 정책 부재를 지적하고 있다. 경제계 전문가들은 "시가 대기업 투자 환경 조성을 위한 노력과 선도 효과가 있는 장치 산업 유치에 대한 전략이 없다"며 "대기업이 반드시 올 수밖에 없도록 설득하는 끈기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휴대폰과 같은 대규모 장치 산업이 대구에 있다면 경쟁력 있는 부품·하청업체들이 자연스레 밀집해 지역 경제를 견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연임에 성공한 김범일 대구시장이 새해 신년사에서 "2011년은 대구 대기업 유치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장담 한 것을 두고도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지역 정치, 경제계 인사들은 "잇단 대기업 유치 실패는 시가 이른바 MB 프리미엄에 기대 유치 노력에 전력을 기울이지 못한 결과 아니냐"며 "대구의 투자 효율성을 설명하고, 수도권에 뒤지는 인력풀 극복 방안이나 대구의 차별화된 인센티브 등을 종합해 획기적 유치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는 "대구 대기업 부재의 근본적인 원인은 땅 부족이었으나 지난해부터 성서5차산업단지의 대기업용 부지와 국가과학산업단지, 테크노폴리스 등을 잇따라 조성하고 있다"며 "대기업 유치 여건이 그 어느 때보다 나아진 만큼 예전과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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