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과 불행에 대한 감정도 전염된다고 합니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이 지난해 밝힌 내용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연구 결과 행복은 불행보다 전염력이 약하지만 한 번 전염되면 더 오래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버드대 연구진은 1948년부터 2년마다 실시된 '프래밍햄 심장 연구'의 정보를 분석했습니다. 원래 프래밍햄 심장 연구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근처에 있는 작은 마을인 프래밍햄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심장병 위험을 연구하기 위해 진행된 것입니다. 하지만 세대를 거치며 많은 정보가 쌓인 덕분에 사회 연구의 중요한 보고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연구 참여자만 1천880명에 이릅니다. 연구진은 이들에게 감정 상태를 만족, 불만족, 중간 중에 어디에 속하는지 묻고,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 감정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얼마나 지속되는지 장기간 추적했습니다. 연구 결과, 불행한 감정은 행복한 감정보다 전염력이 더 강했지만 중립적인 감정 상태로 더 빨리 돌아왔습니다. 행복감이 사라지는 데에는 10년이 걸렸지만 불행에 대한 전염 효과는 5년 만에 없어졌다고 합니다. 감정적 변화가 아니라 생활 전반의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였습니다.
문득 '엄친아'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엄마 친구의 아들'을 뜻하는 '엄친아'는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대상입니다. 끊임없이 비교하고, 비교 당하며 살아가는 세상을 빗댄 말입니다. 그런데 과연 엄친아는 행복할까요?
오늘 글을 보내준 김정자 씨는 "글을 쓰는 지금도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문화해설사로 일하며 매일 관광객들과 헤어질 때마다 이렇게 묻는다고 합니다. "여러분, 지금 행복하십니까?" 만족스런 문화답사를 마친 이들은 하나같이 행복하다고 답하겠죠. 그러면 김정자 씨는 "여러분이 행복하니 저도 행복합니다"라도 답한답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문화관광해설사로서의 행복
아침에 눈을 뜨면 어제 만났던 관광객들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그들과 나누었던 소소한 이야기와 함께 찾아다녔던 추억의 발자취를 떠올리며 짧은 시간이나마 상념에 잠겨본다. '같은 공간에서 행복했는지? 함께 했던 시간에서 추억을 만들었는지? 매서운 추위에 불편하지는 않았는지?' 여러 생각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노라면 문득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10여년 전부터 시작된 자원봉사는 나 자신을 무척 행복한 세계로 이끌어 준다. 무료급식소 식사 당번, 홀몸노인 말동무, 경로당 방문, 아름다운 가게 행사, 중학교 NIE교육, 대구에서 열리는 각종 세계대회 자원봉사 등 여러 곳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경험을 했다. 나름대로 보람도 느끼고 뭔가 뿌듯한 기분도 든다. 게다가 짧은 지식이나마 활용해서 지역을 알리고, 우리나라를 알리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바로 이런 것이 행복이 아닐까?
내가 근무하고 있는 곳에는 많은 내·외국인들이 찾아온다. 특히 올해는 '2011 대구 방문의 해'인 동시에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린다. 이미 널리 알려진 덕분에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얼마 전에도 서울, 대전, 전주, 파주 등에서 대구의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체험하기 위해 왔다. 옛 골목에 얽힌 여러 사연과 근대사 이야기를 들으며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낸다. 이렇게 들려주는 이야기 하나가 다시 찾고픈 대구라는 인식을 심어준다는 생각에 진정 행복을 느낀다.
한 방문객이 "선생님! 참 직업을 잘 택하셨네요?"라며 한마디 건넸다. "직업이 아니라 자원봉사자입니다"라고 답하면 오히려 더 부러운 표정을 지으며 웃어보인다. 지난해 세계소방관대회가 열렸을 때에는 정말 많은 외국인들을 만나기도 했다. 이 일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전 세계에서 오는 관광객을 다 만나볼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신기할 정도다.
열정적인 내 모습에서 그들은 감동을 찾고, 그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에서 나는 행복을 찾는다. '대구 방문의 해'를 맞아 내국인 170만 명, 외국인 30만 명 방문을 목표로 잡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대구를 찾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정자(대구시 중구 삼덕3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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