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방학이 되면 외가에 가는 기대로 마음이 설레곤 했다. 왠지 농촌의 모든 것이 좋았다. 마을 뒤 숲에 무척 큰 떡갈나무 한 그루가 외로이 서 있었는데, 이른 아침 그 아래로 가면 밤새 떨어진 굵은 꿀밤을 한참 주울 수 있었다. 발목이 잠길 정도로 쌓인 낙엽더미 속에서 윤기 나는 그 열매를 찾던 일과 주위의 싸늘한 아침 공기는 지금 생각해도 기억이 새롭다.
이 작품을 보노라면 늙은 오크나무 두 그루와 그 아래서 다리를 쉬며 한담을 나누고 있는 나그네들 그리고 멀리 너른 평원과 하늘의 구름, 그 사이를 나는 작은 새들의 표현을 감상하는 기쁨도 크지만 또한 작가의 시선에 깊은 공감이 느껴진다. 그는 저렇게 풍상을 겪으며 모지라진 나무의 모습에 또 평화스럽게 펼쳐진 대지에 한없는 존경과 숙연한 연민을 보내고 있음이 분명하리라.
17세기 초 네덜란드에서 처음 이런 풍경화가 그려지기 시작하고 불과 20여년 만에 이렇게 놀라운 환영을 일으키는 성숙한 단계로 이제 막 들어서는 순간의 작품이다. 지난달 암스테르담에 들러 이 작품을 다시 봤을 때 여행에 치른 모든 대가를 일시에 보상받은 만큼 감동적이었다.
김영동(미술평론가)
* 얀 반 고이엔 작-'두 그루 큰 오크나무가 있는 풍경화'(1641년작,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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