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지방의회 부활 20년째를 맞는다. 지방자치의 꽃은 지방의회라는 말처럼 '지방자치 20주년'을 맞았지만 착근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방의회의 집행부에 대한 감시·견제 기능은 떨어지고 시민들의 행정서비스 시민복지 향상에 제구실을 못하고 시민 불신이 여전하고 여전히 제도는 미흡하고 시민들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자치가 민주주의의 근간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20주년을 맞아 과거를 되돌아보고 향후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해 전문가들의 다양한 제언을 들어봤다.
◆최근열 한국지방자치학회장(경일대 행정학과 교수)
한국지방자치학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기초의원과 기초단체장에 한해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지방자치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오랫동안 지방자치를 연구해온 최 회장은 "지방자치의 꽃은 지방의회"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지방의회가 공천권이 있는 국회의원에게 예속돼 있고서는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실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의원으로 당선되면 고압적이 되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도 정당공천제 탓이다.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이 지방의회에 많이 진출할 것"이라며 "국회의원들은 자신들과 경쟁이 될 만한 사람에게는 공천을 주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또 "기초단체장의 인사비리도 근본적으로 정당공천제에 기인한다"며 "기초단체장이 국회의원에게 공천헌금을 주는 대신 승진 인사에서 돈을 받는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악화되고 있는 자치단체의 재정상황도 자치제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방자치의 선진국인 일본, 독일, 미국은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비슷하고, 영국은 국세 중심이지만 지방에 공정하게 배분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국세 비율이 일방적으로 높다. 국세의 상당 부분을 지방세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대신 "지방정부가 책임을 갖고 예산을 집행하되 엄격하게 따지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주민들의 역할론도 제기했다. 그는 "전문가 중에도 지방의회를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자신들이 뽑은 지방의원들에게 용기를 주고, 관심을 가져야 지방자치가 제대로 설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선종 전 경북도의회 부의장
경북도의원 4선을 지낸 김 전 부의장은 "31년 만에 부활한 지방자치는 역기능보다 순기능이 훨씬 많다. 집행부 입장에서는 껄끄럽겠지만 지방의회가 생기면서 예산심사와 행정사무감사 등 견제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예산도 다소 공정하게 사용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전 부의장은 "정치적 타협에 의해 갑작스럽게 지방자치가 부활된 탓에 의회의 권한이 너무 약해 한계를 많이 느꼈다. 지방의회에 권한을 더 많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하루빨리 의원 보좌관 제도가 시행돼야 한다. 그래야 조례검토나 예산심사 때 더 효과적으로 일을 할 수 있고, 젊은 인재들의 일자리 창출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발표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시·도의원 761명과 교육의원 82명을 포함한 843명에 한해 6급 상당의 전문 계약직을 둘 경우 연간 320억원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전국 광역시·도의 1년 예산(70조원)의 0.05%에 불과하다. 그는 "시·도의원들이 열심히 일하면 이 정도의 예산 절감은 충분히 할 수 있다"며 "국회의원은 8, 9명의 보좌진이 있는 데 반해 광역의원은 한 명도 없다는 것은 지방자치를 무시하는 발상"이라고 말했다. 4~7대까지 안동에서 도의원을 지낸 그는 2009년부터 한국전력 한국남동발전 감사로 재직 중이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
강 처장은 "지방자치단체를 감시·견제·통제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주민발의제나 주민소환제 등이 있지만 실효성이 별로 없다"며 "지방권력을 감시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제도가 있어야 지방자치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처장은 "대구와 경북처럼 특정 정당이 독점하는 구조에서는 지방자치가 시민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며 "특정 정당이 깃발만 꼽으면 당선이 되는 탓에 정책을 연구할 필요가 없어 의원 자질 문제가 불거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민사회단체나 언론 등이 지방의회를 정기적으로 평가해서 시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고, 의원 개개인에 대한 평가가 공론화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방자치 20주년과 관련, 지방분권이라는 과제는 먼 이상이라고 했다. 강 처장은 "중앙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에 재정분권이나 사무위임을 대폭 넘기고 시민들이 권한이 커진 지자체를 감시·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며 "현재는 중앙이 권한을 절대적으로 갖고 있으니까 지방의 자율성과 책임성이 높아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방의회 인사권 확보에 대해서는 필요성에 공감을 표시했으나 유급보좌관제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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