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강의 도시를 만들자] <10>27개 도심하천에 새 생명

신천 하류 풍경
신천 하류 풍경
대구 동촌유원지에 나들이 온 행락객이 그네를 타고 있다.(1959.5.도봉준 작)
대구 동촌유원지에 나들이 온 행락객이 그네를 타고 있다.(1959.5.도봉준 작)

대구 도심을 거치는 하천은 27개로 총 연장 277㎞에 이른다. 강과 하천은 생명의 서식처이자 자정작용, 생태축 연결을 통해 삭막한 도심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대구를 실핏줄처럼 연결하는 하천은 대구의 생명선과 다름없다. 용수 확보와 홍수 방어를 위한 보와 댐 건설 등 인프라사업은 강과 하천을 시민의 품에 안기고, 생명을 불어넣기 위한 최소한의 작업이다.

지홍기 영남대 교수(토목공학과)는 "4대강 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강과 하천에 온갖 생명이 노닐고, 식물군락이 자리하며, 시민이 찾고 즐기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4대강 사업 후 도시하천을 살리기 위한 사업을 대대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시름하는 하천과 습지

30, 40년 전만 하더라도 멱을 감고, 빨래를 하며 물을 길어 썼던 대구 도심과 주변 하천이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생활하수나 공단에서 배출하는 오염물질로 하천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복개된 하천 가운데 제구실을 못하는 곳은 달서천과 대명천이 대표적이다. 생태하천복원사업이 예정된 대구서부소방서 부근 달서천의 경우 생활하수가 흘러들어 역겨운 냄새가 나고 시커먼 하수 슬러지가 고여 있다. 특히 평리교에서 달성공원 간 복개구간은 도로 양편에 상가가 빼곡히 들어서 콘크리트를 걷어내기도 쉽지 않다.

남구 봉덕동에서 서부정류장을 거쳐 성서공단으로 향하는 대명천은 현재 시꺼먼 구정물이 흐르고 있다. 성서공단에 가까이 갈수록 숨쉬기조차 힘들 정도로 악취가 심하다.

환경전문가들은 "깨끗한 물을 보고 또 물 가까이서 즐길 수 있게 되면 시민들의 심성이 달라지고, 도시문화가 달라진다"며 "콘크리트로 복개된 하천구간을 걷어내고 보전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습지도 파괴되고 있다. 달성군 화원읍 구라리와 달서구 호림동 일대 달성습지(150만㎡)는 낙동강, 금호강, 대명천, 진천천의 합류지점에 있는 생태계의 보고다. 이곳은 2005년 야생 동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되고 습지 일부가 복원됐지만 사후관리 부실로 망가지고 있다. 건천화가 진행되면서 수중 동식물들이 자취를 감추는 등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희귀식물이 자취를 감추고 있고 찾는 철새들도 개체수가 최근 몇 년 동안 급격히 줄었다. 생태계의 보고가 파괴되자 KBS 환경스페셜팀은 최근 특집 프로그램을 준비중이다.

대경습지보전회 관계자는 "각종 수중 동식물들의 천국이었던 달성습지가 건천화, 육상화되면서 황폐해졌다. 시급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영성 낙동강살리기추진단장은 "조만간 용역 결과가 나오면 보존 사업에 착수할 것"이라며 "270여억원을 투입해 달성습지와 연결되는 샛강을 복원하면 습지 생태계가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친수·생태공간 조성 어떻게

6월 말 낙동강 보 건설사업이 완료되면 하반기부터 대구지역 샛강과 지류 하천의 생태복원사업이 대대적으로 진행된다.

민경석 경북대 교수(환경공학과)는 "하천 생태복원에 콘크리트 등 환경을 해치는 시설물을 배제하고 어류나 동물의 이동통로나 산란 공간이 확보돼야 한다"며 "하천주변에 편의시설을 무분별하게 조성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 교수는 특히 "샛강이나 지류 살리기의 성공 여부는 수질 및 생태 개선에 달렸다"며 이를 위해 통합물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류가 살기 위해서는 ▷생태복원을 위한 적정 유량확보 ▷친환경적 제방건설 ▷서식처를 제공하는 식생복원 ▷수변공간 활용 최소화 ▷수변공간 활용시 비점오염저감시설 설치가 요구된다는 것.

민 교수는 "하천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상·하류 및 지류의 생태와 수질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관리하겠다는 의지와 예산의 뒷받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대구시에 수변공간 활용을 통한 물산업화, 경제 활성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특히 낙동강 수계에 인접한 대구, 구미, 칠곡, 경산 등 여러 지자체들이 함께 공동으로 수변공간 활성화를 통한 경제활성화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대구지역 개발은 낙동강 본류와 금호강 수계로 구분, 낙동강 본류 수계는 달성보 상류와 칠곡보 하류지역에 발달된 습지를 이용해 하천 생태복원, 철새도래지, 화원동산을 연계한 철새관찰전망대 건설 등을 통한 친환경적 개발을 해야 한다는 것. 금호강 수계의 경우 물산업의 메카를 목표로 녹색 그린벨트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환경기초시설인 신천·서부1북부하수처리장과 방천리쓰레기매립장, 성서 및 염색공단 폐수처리장 등과 인접 산업단지와의 병행개발을 통해 물 산업 클러스터로 조성하자는 제안이 많다.

도중호 한국종합기술 상하수도부서장은 "대구는 신천하수처리장과 방천리쓰레기매립장 등 환경기초시설이 잘 돼 있다"며 "이들 시설과 도심의 샛강을 연계하면 경제적 이득도 많이 챙길 수 있다"고 했다.

방천리쓰레기매립장의 경우 이 일대를 주변 낙동강과 연계해 각종 환경시설, 신재생에너지시설, 생태공간을 조성하면 세계적인 명소가 될 수 있다는 것. 신천하수처리장에도 생태·위락시설을 겸하면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공간이 될 뿐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수봉 계명대 교수(생태환경디자인과)는 "하천과 인근에만 신경쓸 것이 아니라 하천 주변 녹지대를 도심과 인근의 산, 공원과 연결시켜 녹지 네트워크를 형성해야만 생태계가 제대로 구축될 수 있고, 생태하천 복원사업 후에는 도심의 조경과 옥상조경까지 개선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하천 개발의 시너지를 내고 진정한 '강의 도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이춘수기자

사진·김태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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