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유사 수익 축소, 유류세 인하… 유가 안정 가능한가

정유사 "수익적다", 정부 "세금 줄어들 것"

꺽일 줄 모르는 유가 상승에 서민들의 가계 부담이 커지면서 기름값 인하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 최하위 수준의 유가를 자랑하던 대구경북에서도 휘발유 값이 ℓ당 1천900원대를 웃도는 등 기름값이 점점 더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서민들은 "기름값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며 "중동 정세가 불안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유류세 인하 등 고유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휘발유 고공행진 원인은

국내 휘발유 가격은 국외적 요인과 국내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국제유가와 환율이 포함된 국외적 요인은 통제권 밖이다. 결국 정유사 이익, 유류세, 신용카드 수수료, 주유소 마진 등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

먼저 정유사 이익을 줄이는 방안. 정부는 높은 기름값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높아지자 곧바로 정유사를 압박했다. 연간 3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정유업계가 먼저 부담을 지는 것이 좋겠다는 요구다. 그러나 반응은 냉담했다. 정유사들의 모임인 대한석유협회 오강현 회장은 지난 21일 오전 서울프라자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주유소 공급가격 인하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 회장은 "정유사업은 이익률이 3%에 불과한 박리다매업"이라며 "그동안 이익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에너지재단 등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회공헌활동을 꾸준히 해왔다"고 강조했다.

지난 24일 현재 국제유가는 리터당 약 746원이고 각 정유사들이 수송과 정유과정을 거친 후 내놓는 세전가격은 837원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정유사들의 '돈 잔치'가 이어지고 있다며 '비난'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실제 지난 2009년보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160억여원 줄어 든 S정유사는 지난달 주주들에게 모두 103억원을 배당했다. 특히 H정유사는 지난달 직원들에게 기본급의 10배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하기도 했다. 국내 정유 4사는 올해 모두 성과급 지급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휘발유 값 인하의 또다른 방법은 가격의 50%에 달하는 유류세를 내리는 방안이다.

유류세는 국내유가의 가장 큰 변수다. 28일 현재 휘발유에 매겨지는 세금은 모두 904원. 소매가격의 48.43%를 차지하고 있다. 유류세에는 교통세·부과세·주행세·교육세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정부는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정제품의 가격인상을 감세조치로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제유가와 환율 등 정부 차원에서도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 때문에 원유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를 경우 유류세 인하조치에 따른 효과는 전혀 없으면서 복지사업 등에 쓰일 세금만 거둬들이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더욱이 유류세 인하카드를 사용할 경우 정유사와 신용카드사 그리고 주유소가 이익을 챙기는 사이 국민의 혈세로 기름값 인상요인을 감당하는 기현상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 정부는 지난 2008년 3월부터 12월까지 유류세 10%를 인하 했지만 국제원유가격 상승세로 소매가격 인하효과는 거두지 못하면서 2조원의 세금을 거둬들이지 못 한 적이 있다.

▶눈덩이 처럼 커진 신용카드 수수료

신용카드사 수수료 인하를 통해 소매가격을 내리는 방식이다. 신용카드사는 주유소 매출액에 대해 1.5%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기름값이 오를수록 주유소의 매출도 오르기 때문에 각 주유소의 카드수수료 부담은 점점 늘어나 일선 주유소의 이익을 갉아먹는다.

28일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신용카드수수료 체계 개선으로 인한 인하가능 금액으로 휘발유는 약 14원, 경유는 약 10원을 내릴 수 있다는 것. 이는 휘발유 세금 893원, 경유세금 652원을 기준으로 1.5%가 붙는 카드수수료를 폐지할 경우 인하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주유소에서 신용카드로 결재된 액수는 29조6천525억원에 이르며 이중 주유소가 1년간 부담한 가맹점수수료는 무려 4천448억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협회 관계자는 "893원에 이르는 휘발유 세금에 대한 카드수수료만 인하된다면 리터당 약 14원 정도의 가격인하 효과가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용카드 업계에서는 신용카드 사용에 따른 주유소 매출증대 효과와 신용카드사의 할인혜택 등을 간과한 요구라고 일축하고 있다. 신용 카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분이 소매가격 인하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불법탈세석유 근절을 통한 가격인하 방안도 있다. 연간 추정 탈루세액 4조7천726억원은 2009년 유류세 징세액 21조7636억원의 22%에 해당하는 수치다. 따라서 탈루세액을 막아 이를 재원으로 세수를 유지하면 22%의 유류세를 인하 효과가 있고 이는 휘발유는 리터당 196원, 경유는 143원 인하가 가능하다는 것.

또 주유소의 마진을 축소하는 방법도 있다. 28일 현재 일반주유소에 공급되는 기름값 평균은 약 1천742원이다. 대구·경북지역의 휘발유 평균 소매가격과 각각 약 117원·113원 차이.

그러나 일선 주유소에서는 현실을 모르는 소리하고 반발한다. 김태훈(52) 사단법인 한국주유소협회 대구시지회장은 "신용카드 수수료, 인건비, 운영비, 관리비 등을 떼고 나면 주유소 이익은 사실상 제로"라며 "주유소장들이 셀프주유소 전환 등으로 활로를 찾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유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각 구성원들이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하고 있는 사이 고유가 부담은 고스란히 일반 서민들 몫이 되고 있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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