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천200원에 주세요." "안돼요. 그렇게 팔면 포장재 값도 안 남아요."
26일 오전 경북대 북문 인근의 한 식당. 돈가스 재료인 돼지고기 납품가를 두고 식당 주인과 공급업자가 실랑이를 벌였다. 구제역이 확산되기 전 1kg에 5천원 하던 돈가스 패티가 최근 들어 두 배 가까이 올랐기 때문. 이 식당 벽에는 얼마 전부터 '물가 상승으로 리필 안돼요!'라는 문구가 붙었다.
식당 업주 오복난(53·여) 씨는 "구제역으로 식재료 값이 올라 지난주부터 돈가스 값을 4천원으로 올렸지만 여전히 손해가 크다"며 "4천500원으로 다시 올려보고 그래도 식재료 값이 떨어지지 않으면 1년 정도 문을 닫을 생각"이라고 했다.
구제역 후폭풍에 대학가 밥상이 들썩이고 있다. 치솟는 식재료 물가에 구제역 파동까지 겹치면서 단가를 맞추기 힘들어진 상인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음식 가격을 일제히 올리는 바람에 학생들까지 늘어나는 밥값 부담에 울상을 짓고 있다.
◆대학가 식당 가격 꿈틀=경북대 인근 식당들은 이달 7일부터 음식 가격을 3천500원에서 4천원으로 일제히 500원씩 올렸다. 특히 구제역 파동으로 돼지고기 값이 크게 뛰면서 고기 전문점들은 가격을 올리거나 양을 조금씩 줄이는 고육책을 쓰고 있다. 경북대 인근에서 돼지고기 식당을 운영하는 정모(48·여) 씨는 "구제역 사태가 오기 전보다 돼지고기 값이 80% 뛰었다"며 "물량 자체가 없다는 게 더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달서구 신당동 계명대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노규완(46) 씨는 "삼겹살 1kg당 도매가격이 1만3천원대였는데 구제역 파동 이후 1만7천원대까지 치솟아 어쩔 수 없이 판매가격을 1천원 올렸다"며 "초·중·고교가 일제히 개학하는 3월에는 급식 물량 때문에 돼지고기 값이 더 오른다는 소문이 있어 걱정이 태산"이라고 한숨 쉬었다.
영남대 인근 한 고깃집 업주는 "전에는 삼겹살 150g에 7천원을 받았지만 2주 전부터 양을 30g씩 줄여 팔고 있다"고 했다.
◆교내식당은 메뉴가 바뀌고=상대적으로 저렴한 대학 구내식당의 경우 당분간 가격은 유지할 계획이지만 육류 사용을 크게 줄이는 등 메뉴 짜기에 고심하고 있다.
계명대 교내식당 관계자는 "식재료 값은 오르고 있지만 식당 가격은 학교 및 학생들과 가격 협상을 해야하기 때문에 쉽게 올릴 수는 없는 처지"라며 "고물가가 계속될 경우 메뉴를 바꾸는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했다.
지난해 메뉴당 200~300원을 올린 경북대 교내식당도 돈가스 판매량을 줄이거나 비빔밥으로 대체하는 등 값비싼 육류 사용을 대폭 줄였다.
자취생 김신재(26·경북대 신문방송학과 4년) 씨는 "음식값이 오르면서 한 달에 식비로 5만원 이상 더 들어갈 처지"라며 "이제 세 끼 모두 교내식당에서 해결할 생각"이라고 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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