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수성구청發 과태료 독촉장 폭탄

위반기간 상관없이 18만명에 발송…민원전화 빗발

대구 수성구청 교통과 직원이 28일 오전 주·정차위반 과태료 통지서 발송 확인 작업을 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대구 수성구청 교통과 직원이 28일 오전 주·정차위반 과태료 통지서 발송 확인 작업을 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퇴직 공무원인 김모(65) 씨는 최근 구청에서 날아온 과태료 체납 고지서를 보고 두 눈을 의심했다.

지난 2001년 1월 19일 대구 수성구 황금로에서 주·정차 위반을 했으니 과태료를 내라는 독촉장이었다.

김 씨는 "10년이나 지난 일이라 기억도 없고 최근에는 고지서를 받은 적도 없어 의아하다"며 "위반한 게 사실이라면 당연히 과태료를 내겠지만 정체를 모르는 체납 고지서를 다시 받아 황당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구 수성구청이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이달 17일부터 위반 기간에 상관없이 교통위반 과태료 체납자 전원에게 납부 독촉 고지서를 발송하면서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체납자 규모가 20만 명에 가까운데다 길게는 15년 전에 일어난 주·정차 위반 고지서까지 보내는 바람에 황당해하는 체납자들의 민원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차량 장기 소액 체납자들의 경우 차량 압류 이후에는 별다른 독촉을 받지 않기 때문에 위반 사실 자체를 잊고 지내는 경우가 많아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 갑작스런 납부 독촉에 해당 부서는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담당부서를 찾는 민원인이 하루 평균 70~80명이 넘고, 하루 종일 전화벨이 끊이질 않고 있어 직원들이 퇴근 시간이 지난 후에야 밀린 업무를 처리할 정도다.

수성구청이 발송한 과태료 체납 고지서는 18만 명으로 지난해 전담부서를 설치한 뒤 과태료를 납부할 재산이 있는 체납자 전원에게 위반 날짜에 상관없이 고지서를 보냈다. 체납 규모도 140억원에 이른다.

체납자 중 가장 과태료가 많은 이는 997만원이나 됐고 한 사람이 70건까지 과태료를 체납한 경우도 있었다. 16년 전인 1995년에 위반한 과태료 독촉장을 받은 사람도 있었다.

민원은 "지금까지 독촉 고지서를 받은 적이 없다"거나 "위반한 적이 없다"는 항목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주민 민원인과 구청이 실랑이를 벌일 수밖에 없는 것은 위반 사실이 수성구청의 전산망에 남아 있지만 체납한 지 5년이 지나면 사진이나 CCTV 등 위반 증빙 자료는 폐기돼 민원인들의 의구심을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는 사실을 잊고 지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만약 과태료를 냈다면 행정기록에 남아있기 때문에 이중납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해명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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