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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도 필요없는 쇼핑…'팔달'의 '팔팔한 배달'

팔달신시장 배달 서비스

대구 팔달신시장에서 오토바이를 탄 일꾼들이 고객이 구입한 상품을 고객 차량이 있는 곳까지 신속하게 배달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대구 팔달신시장에서 오토바이를 탄 일꾼들이 고객이 구입한 상품을 고객 차량이 있는 곳까지 신속하게 배달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28일 대구시 북구 노원 3동 팔달신시장 공영주차장. 수십 대의 오토바이들이 쉴 새 없이 공영주차장을 드나든다. 손님들이 시장에서 구입한 상품을 차로 배달해 주는 오토바이들이다.

오토바이 배달 서비스는 팔달신시장의 자랑. 손님들은 공영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한 뒤 트렁크를 열어두고 마음 편하게 장을 볼 수 있다. 각 상점에서 구매한 물품들을 일일이 장바구니에 담을 필요가 없다. 상점에서 알아서 오토바이를 이용해 손님 차량 트렁크에 물품을 싣기 때문. 손님들은 별도의 포장과정 없이 물품 구매 목록과 실제 트렁크에 담긴 물건을 확인한 뒤 장보기를 마친다.

성서공단에서 중소기업 구내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희(57·여) 씨 역시 이날 팔달신시장을 찾아 주문과 결제를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양파 두 망을 계산한 김 씨가 차량번호를 불러주면 상점 주인은 이내 김 씨 차량에 물품을 배달했다. 김 씨가 이날 들른 상점은 모두 10여 곳으로 총 지출액은 48만원. 김 씨는 "이곳에선 다양한 품질의 물품을 신속하고 간편하게 대량 구입할 수 있다"며 "고만고만한 제품들을 한 가격에 내놓는 대형마트보다 한결 낫다"고 소개했다.

서문시장, 칠성시장과 함께 대구의 3대 전통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는 팔달신시장은 채소전문 도매시장으로 명성이 높다. 1970년 전후 칠곡, 군위, 영천 등 경북 지역에서 생산된 채소들이 대구의 북부관문인 팔달교를 건너 모이기 시작했다. 1988년 북구 매천동 농수산물도매시장으로 경매기능이 넘어가기 전까지 팔달신시장은 대구경북 채소 소매상들이 모두 모이는 곳이었다. 지금도 매일 오전 3시가 되면 보다 좋은 시세를 좇아 온 채소농가 차량들과 대구경북 소매상인들이 한데 얽힌다.

일일 약 1만 명의 고객들이 3천여 명의 상인들과 흥정을 벌이는 팔달신시장에는 채소를 취급하는 상점이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김정연(53) 팔달신시장 상인회장은 "지역의 농민과 도매상인이 팔달신시장에서 만난 지 40년이 넘었다"며 "팔달신시장에서 판매되는 채소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은 단연 전국 으뜸"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지역의 식당 운영자들과 식자재 구매 담당자들이 팔달신시장을 선호하는 이유는 신뢰할 수 있는 가격대비 품질 때문이다. 여기에 늘 충분한 물량이 준비돼 있는 장점도 한몫하고 있다.

2003년부터 천장가림막 설치 등 시설 현대화 작업을 진행해 온 팔달신시장은 이제 친절서비스 교육 등 소프트웨어 강화에 나서고 있다. 도매·소매 상인들과 대량 식자재 구매자들이 느끼고 있는 만족감을 일반 소비자들도 체감토록 하기 위해서다.

팔달신시장 상인회는 전통시장 장보기의 날인 매월 1일 '통큰 세일' 행사를 통해 일반 소매소비자들을 시장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배추(1포기), 무(1개), 부추(1단), 양파(1㎏) 등을 100원에 판매하며 강점 소개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상인회는 1일 진행할 통큰 행사 주제를 '봄'으로 정하고 구체적인 판매 대상 제품을 엄선했다. 상인회는 각 점포 상인들에게 작은 단위 포장 판매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일반 소매소비자들을 잡기 위해서다.

상인회는 일반소비자들은 공동구매 전략을 세워 팔달신시장을 찾아달라고 권했다. 한꺼번에 구매하면 낱개보다 훨씬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상인회는 또 가까운 이웃 또는 친구 서너 명이 함께 식료품 구매목록을 작성한 뒤 자가용을 이용, 팔달신시장을 돌아보는 방식을 추천했다. 특히 김장철 또는 집들이 등 각종 행사 때 이용하면 더욱 효과적. 도매거래가 마무리되는 오전 9시에서 11시 사이 시장을 찾는다면 도매상인들로부터 환영받을 수 있다. 구매가격과 최소 판매 단위는 전통시장답게 흥정하기 나름이다.

나물류를 취급하고 있는 부림상회의 이외한(65·여) 씨는 "가족들의 입맛을 돋게 하는 봄나물이 출하되기 시작했다"며 "친지 또는 친구 그리고 이웃사촌과 함께 팔달신시장에 들러 싼 가격에 싱싱한 봄나물을 한 아름 가져가시라"고 말했다.

상인회는 일반 소비자들의 시장 방문을 촉진하기 위해 볼거리와 먹을거리 개발에도 노력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공세가 진행되고 있는 소매 부문 매출액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팔달신시장은 2006년 시설현대화 작업을 거친 뒤 이듬해 사상 최고 규모의 매출액(4억원)을 기록했다. 상인회는 각종 판촉행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응이 이어지면서 조만간 전성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팔달신시장은 지역민들로부터 받은 사랑을 매일 보답하고 있다. 상인회는 매일 1t 트럭 한 대 분량의 식자재를 경북 성주 요셉의 집과 푸드뱅크에 제공하고 있다. 김정연 팔달신시장 상인회장은 "지역민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노력은 물론 손님들이 주신 성원에 보답하는 책임 있는 모습도 함께 보일 것"이라고 약속했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사진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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