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1일 0시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인근 아파트 단지. 시계가 자정을 알리자 범어네거리 주위에 높게 늘어선 아파트 단지들이 약속이나 한 듯 외관 조명을 일제히 껐다. 대구를 대표하는 야경의 중심지가 갑자기 어두워진 것이다. 한 아파트에서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자정 이후 아파트 외관 조명을 소등합니다. 입주민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라는 짤막한 안내방송이 나왔다.
#사례2.같은 날 오전 2시 대구 달서구 이곡동 세인트웨스튼 호텔 뒤편. 유흥주점이 수십여 곳 들어서 있는 이곳은 인적이 거의 끊긴 새벽 시간임에도 건물의 간판이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3m짜리 대형 간판을 단 가게는 오전 3시가 넘어도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유흥업소가 몰려있는 수성구 들안길 쪽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오전 3시까지 유흥가의 빨간 조명은 거리를 밝게 비추고 있었다.
정부가 에너지 절약을 위해 1일 0시부터 에너지 경보단계를 '주의'로 상향조정하고 유흥업소 등의 야간 조명을 의무적으로 소등케 하는 등 에너지 절감 대책을 발표했지만 대구시내 아파트와 주택가는 어둠에 빠진 반면 유흥업소 주변은 밝게 빛났다.
1일 오전 0시 20분쯤 신천변을 따라 줄지어 늘어선 아파트 단지와 고층빌딩들은 대부분 불을 끈 모습이었다. 공공기관들도 이날 자정이 지나자 경관조명과 기관명을 알리는 옥외광고물을 모두 껐다.
수려한 야간경관을 뽐냈던 매천대교와 최근 완공된 현수교인 와룡대교 역시 평소와 달리 조명이 일제히 꺼졌다.
그러나 유흥업소가 즐비한 곳은 평소처럼 불야성을 이뤘다. 같은 날 오전 2시 10분쯤 대구 수성구 황금네거리 부근. 유흥주점이 밀집한 이곳은 건물 네온사인과 인도 위 입간판의 불빛으로 대낮처럼 환했다. 한 주점의 업주는 "영업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간판의 불을 끌 수 있겠느냐"며 "간판 규제를 한다는 것도 처음 듣는 소리"라며 화를 냈다. 실제 야간조명 규제에 대해 알고 있는 유흥업소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극명히 대조되는 밤의 두 모습에 대해 대구시 한 관계자는 "민간업체의 경우 개별 연락을 취하고 있지만 대상이 너무 많아 일일이 하기는 어렵다. 민간 부문의 경우 이번 주는 계도기간이어서 호응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두바이유 가격이 5일 연속해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자 정부는 28일 에너지 경보단계를 '주의'로 상향하고 에너지 절약을 위해 불필요한 옥외 야간조명을 끄는 등 에너지 정책을 발표했다. 민간 부문의 경우 이번 주까지는 계도하고 8일 0시부터는 어길 시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따라 최고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에너지위기 경보는 두바이유 가격변동에 따라 관심(90~100달러)→주의(100~130달러)→경계(130~150달러)→심각(150달러 이상)의 총 4단계로 구성된다. 경계 단계가 되면 정부는 승용차 2부제 등의 조치를 취하고 '심각' 단계엔 공공부문 승용차 출퇴근 제한과 공공시설 영업 시간 단축 등의 조치가 내려진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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