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제역, 베트남 유입 근거 희박하다"

환경단체 등 안동서 '구제역 진실찾기' 간담회

환경단체와 보건분야 연구원 등이 최근 구제역 바이러스가 베트남에서 유입되지 않았고, 최초 진앙지도 안동이 아니라며 정부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Mr.안동, Mrs.베트남의 누명을 벗겨 주세요!'란 구호로 구제역 진실찾기에 나선 환경보건시민센터와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재단 등 단체들은 27일과 28일 안동지역을 답사하고 축산농 면담을 거친 뒤 가진 시민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28일 안동 가톨릭상지대학에서 가진 간담회를 통해 "구제역 사태가 지금처럼 엄청난 대재앙으로 확산된 것은 정부가 지난해 11월 29일 안동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을 초기부터 아무런 근거없이 '베트남 바이러스', '축산농들의 베트남 여행에 의한 유입 추정' 등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1개월여에 걸쳐 구제역 바이러스 연구를 계속해 온 축산환경전문가 김선경(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직업연구실) 연구원은 "정부가 지난해 11월 28일 안동 와룡에서 수집해 세계농업기구(WRLFMD)에 의뢰한 구제역 바이러스 유전자 분석결과 이미 지난해 4월 충청과 경기 강화에서 발생했던 바이러스와 가장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세계농업기구가 발표한 구제역 바이러스 계통도에서도 안동 바이러스와 가장 가까운 형태가 지난해 7월 러시아(99.06%)와 일본, 홍콩(99.06%) 등지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와 가깝다는 자료도 제시했다.

하지만 정부는 그동안 이 자료를 제출받고도 분자역학보고서에 나타나고 있는 1998년 미얀마에서 최초로 보고된 'O'형 바이러스와 같은 유형이라는 이유만으로 베트남 유입설을 기정사실화해 '베트남 여행 축산농'과 '안동 진앙지'라는 누명을 씌워버렸다는 것.

김선경 연구원은 "세계농업기구가 11월 말 한국 정부에서 보낸 구제역 바이러스 한 샘플을 분석한 결과 계통도상 러시아와 홍콩 등지 바이러스와 가장 유사한데도 지난 2월 또다시 5개의 바이러스 샘플을 보내 계통도상 러시아와 홍콩 등이 후순위로 빠지도록 하는 등 분석 자료를 임의로 조작하려한 흔적이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또 "세계농업기구 염기서열 계통도에는 지난해 11월 발생한 안동 바이러스와 국내에서 상반기 발생했던 연천·파주·양주 바이러스와도 유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안동 바이러스는 베트남 바이러스와 같지 않고 유입되지 않았으며 2010년 홍콩, 경기도 강화, 충청지역 바이러스 등 과거에 발생했던 바이러스와 유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안동 구제역 발생 이후 철저한 방역과 차단에도 불구하고 구제역이 발생했던 강원도 축산기술연구원, 국립축산과학원, 경기 이천과 충북 진천의 목장 등을 예로 들었다.

최열 환경재단 대표는 "정부의 초기 역학조사 오류와 섣부른 판단으로 지금의 구제역 대재앙이 빚어졌다. 정부는 지금의 사태에 대한 책임자를 처벌하고 국민의 건강에 대해서는 정부의 정보 독점화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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