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좋은생각 행복편지] 대한민국은 곧 망할 나라<상>

대한민국은 이미 망했어야 할 나라, 대한민국은 언제나 '곧' 망할 나라였습니다. 수천 년 전부터 외세의 침략을 많이 받아서 곧 망할 나라였고, 근대에는 일본의 식민지가 되어 곧 망할 나라였습니다. 식민통치에서 벗어나자마자 6'25전쟁이 터지면서 곧 망할 나라였습니다.

남북이 갈라진 것도 부족해서 동서로 다시 나누어진 나라. 남북, 동서로 갈라진 것도 부족해서 급진과 온건으로 나누어진 나라. 현재는 노사 갈등이 심한 나라, 빈부 격차가 갈수록 심해지는 나라, 출산율이 최저인 나라, 이혼율이 급증하는 나라, 하루 평균 36명이 자살하는 나라, 구제역으로 수많은 가축들의 무덤이 된 나라…. 그렇게 대한민국은 단기간으로 잘라 보면 언제든지 곧 망할 나라입니다.

대한민국은 신기한 나라입니다. 곧 망할 나라인 듯하지만 반만년의 역사가 이어져 온 나라, 거대한 외세의 바람 앞에 꺼질 듯하면서도 꺼지지 않는 촛불과도 같은 나라입니다. 한 번도 곧 망할 것 같지 않았던 때가 없었던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나라입니다. 곧 망한다는 것은 풍비박산을 의미합니다. 풍비박산은 역동성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역동성은 에너지를 의미합니다. 역동적인 에너지는 매 순간 변화를 의미하고, 변화는 발전을 의미합니다.

그렇습니다. 곧 망할 듯한 역동성이 바로 대한민국 발전의 힘이었습니다. 경제화, 민주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 세계의 그 어떤 나라에서도 그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나라입니다. 이것은 대한민국 국민이 세계에서 지능지수가 가장 높고,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사람들이 모여 살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대한민국은 역동적이고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살기에 항상 시끄러운 나라입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외세의 침략으로 아픈 상처가 많은 똑똑한 사람들이 모였기에 매 순간 곧 망할 듯이 싸우는 나라입니다.

대한민국은 수천 년 동안 중국이라는 거대한 용의 발가락에 불과했습니다. 땅도 작고, 인구도 적고, 자원은 없어서 가난하게 살아야 했습니다. 거대한 나라 사이에서 항상 짓눌려 스스로 사대주의자가 되지 않으면 살 수가 없었습니다. 사대주의는 대한민국 생존의 가장 중요한 방편이었고, 일본에 식민 치하에서 '중국의 사대주의로 살아온 조센징'이라는 식민사관을 세뇌교육당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일제로부터 독립하자마자 6'25를 겪으면서 허리가 두 동강으로 잘리면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장 절망적인 나라, 곧 망할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두 세대가 흐른 지금 가장 빠른 민주화,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어 세계가 무시할 수 없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지구상에 어떻게 이런 나라가 존재할 수 있었으며 그 어떤 나라가 대한민국을 따라오겠습니까? 대한민국은 지구상에서 기적이 된 나라이지만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시간을 많이 거슬러 올라가 볼까요. 200만 년 전 아프리카에 인류가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사람들은 자연환경과 맹수들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모여 살았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 살다 보니 서로 간의 이기성이 부딪치면서 문제들이 발생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힘 있는 자, 힘 있는 자를 따르는 자, 힘 있는 자로부터 소외된 자가 생겼습니다. 소외된 자는 두 부류가 있었는데 소외된 채 힘 있는 자에게 굴복한 부류와 굴복을 거부한 채 '산 넘어 다른 곳에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자'며 살던 땅을 떠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살던 땅을 떠나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고 보니 또 다른 문제점이 생기고, 문제점에 순응하지 않은 사람들이 또다시 산을 넘어 새로운 나라를 건설했습니다. 그렇게 산을 넘고 또 넘고, 물을 넘고 또 넘어서 동으로 동으로 이주를 했습니다.

끝없이 이주하면서 도착한 마지막 땅이 바로 극동의 작은 나라 대한민국이었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에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역동적이며, 우뇌가 발달해서 상상력이 가장 풍부한 사람들이 모이게 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 사람들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이상향을 꿈꾸며, 한다면 하고 마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기에 대한민국은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면서 IT관련 산업을 이끌고 가는 나라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것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한민국에서도 남쪽 끝에 있는 부산 사람들이며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에서 200~300년이 걸린 일을 50~60년 만에 이룬 일당백의 사람들입니다.

(3월 29일자 본난에 하편이 이어집니다.)

김창현(인터넷 파르재마을 카페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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