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의 수시 논술 폐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경북대 측은 "국립대로서 교육과학기술부의 요청을 존중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재정 지원 가산점을 무기로 내세운 정부의 압박에 못 이겨 지역 인재 확보 수단을 스스로 포기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우선 갑작스런 논술 폐지로 당장 고3 수험생들의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 고교 교사는 "지난 2년간 경북대를 목표로 꾸준히 논술 준비를 해 온 학생들에게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입시제도가 이렇게 오락가락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교육 논술의 모델로 좋은 평가를 받아온 대구시교육청 '토요논술학교'도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매주 대구 각 고교에서 온 500여 명의 학생들이 교사들과 논술 공부를 하는 이 프로그램 경우 참가자 상당수가 경북대 수시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요논술학교의 한 교사는 "현재 토요논술학교 신청자를 학교당 10명으로 제한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경북대 수시 논술을 준비 중인 학생은 3천~4천여 명에 이른다"며 "경북대 논술이 일부 사립대와 달리 고교 교육과정에 매우 충실하다는 인정을 받아왔는데 이를 폐지한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북대가 논술 대신 도입하겠다고 한 '전공 적성 검사'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사실상 국어, 영어, 수학 실력을 테스트하는 전공 적성 검사가 창의적 사고력을 판별하는 비교과 영역의 전형 도구가 되기 어렵다는 것. 그뿐만 아니라 전공 적성 검사 경우 수도권의 중위권 또는 중하위권 대학 상당수가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경북대가 스스로 중위권 대학을 자처하는 꼴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고교 교사는 "이른바 수도권 빅10 대학들도 기존 논술 100% 전형에 최저등급을 반영하거나 내신 20, 30%를 가미하는 식의 점진적인 변형을 했을 뿐 경북대처럼 아예 폐지를 한 예는 거의 없다"며 "수능보다 낮은 객관식 문제 풀이로 무엇을 평가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경북대 내부에서도 논술을 존속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경북대 한 교수는 "원래 경북대 수시 논술이 내신이 불리하지만 학업 성적은 괜찮은 학생들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이었다"며 "실제 논술로 입학한 학생들을 가르쳐보면 수능으로 들어온 학생들보다 대체로 우수하다는 게 검증됐다. 만약 논술을 포기하면 이런 학생들을 흡수할 마땅한 대안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걱정했다. 또 다른 교수는 "논술을 폐지할 작정이었다면 이미 지난해에는 발표했어야 했다. 지역의 학생'학부모들이 경북대를 어떻게 생각하겠는가"라고 답답해했다.
대구의 한 교육전문가는 "정부 방침대로 수능도 쉽게 출제되고 내신도 변별력이 갈수록 약해지는 마당에 논술마저 폐지한다면 대학은 무엇을 가지고 학생들을 평가하고 선발하라는 말인가"라며 "사교육 경감을 이유로 논술을 폐지하는 것은 빈대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꼴"이라고 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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