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현대사회를 소비사회라 한다. 소비사회는 소비와 소비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 일상생활의 주(主)가 되는 사회다. 그리고 인간은 삶의 영위과정에서 수많은 상품을 소비하게 되는데, 중요한 것은 그 상품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인간이 소비하는 상품 수가 과거보다는 지금이 많아졌고, 지금보다는 미래에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이는 소비생활이 일상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고, 그 중요성 또한 커졌음을 의미한다. 여기에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말과 같이 소비생활도 그 내용과 성격이 변하고 있다.
이처럼 중요한 소비사회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또 어떤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는가. 지금의 소비사회를 들여다보면 다음 네 가지 현상을 만날 수 있다.
첫째, 현대 소비자들은 이미지(의미, 상징)를 매우 중요시한다. 제품 그 자체(물리적 특성)보다는 그것이 갖는 이미지를 더 중요시한다는 의미다. 사실 상품 이미지가 소비자의 상품 및 상표 선택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오늘날의 소비자들에게는 광고에서 상품이 갖는 환상적 이미지에 매료돼 그 광고 상품을 선택, 구매하는 성향이 많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환상과 가상의 세계인 이미지(소비)를 통해 자신의 정신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둘째,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자신을 나타내기 위해, 또 남들과 구분 짓기 위해 특정 상품이나 상표를 선택하고 구매한다. 인간에게는 자신의 존재나 삶의 위치를 확인, 과시하려는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비자의 구매상품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인 동시에 자신을 다른 사람과 차별화하는 수단이 된다. 나아가 자기 자신을 나타내기 위한 의미 있는 기호나 상징물이 되기도 한다.
셋째, 현대 소비자들은 사회의 중심적 가치(체계)에 순응하는 경향이 있다. 소비자들이 사회 일반의 가치(체계)를 쉽게 따라간다는 의미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개성이 있다. 또 자신의 개성을 발휘하고 싶어하는 '개성 발휘의 욕구'도 있다. 이는 기업들이 소비자들에게 개성 발휘의 욕구를 자극하고 그 욕구의 충족 수단이 자사품이라는 내용의 광고를 하는 이유다.
그러나 기업에서 '나만의 개성을 실현하세요'라고 광고하고 있지만 순수하고 완전한 소비자 개성의 실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단지 사회나 광고가 제시해 놓은 몇 가지 모델(상품)들 중에서 소비자가 '하나의 개성'을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나아가 소비자들은 자주적, 독자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기업이나 사회에 순응적이라 말할 수 있다. 소비자의 욕구를 찾아내고 욕망을 이끌며 창조해 나가는 기업들의 힘(광고)에 의해서 그러하다.
넷째, 세계의 소비자들이 동질화되고 있다. 다양한 가치관을 지닌 소비자들이 동일한 가치관을 갖는 소비자들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지구촌 소비자들이 같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모든 소비자들이 극소수의 유명 상표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가 하면 다수의 이질적 소규모 시장들이 하나의 동질적 큰 시장으로 통합되는 현상도 있다. 전 세계 중년 여성들이 구찌 핸드백을 들려는 것이나 젊은이들이 맥도날드 햄버거를 즐겨 먹는 현상에서 알 수 있다.
오늘날 우리들은 남보다 앞서가거나 뒤처지지 않으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그리고 자신을 남에게 돋보이거나 과시할 수 있는 수단을 열심히 찾는다. 이는 이 시대 사람들의 본능인 동시에 현대인의 생활 패턴이다. 이처럼 현대인들이 생존, 생활하기 위한 소비생활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소비는 우리 인간에게 기쁨을 안겨 주고 개인의 정체성마저 형성해주는 것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소비생활은 개인적으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이상적인 소비자라면 소비의 욕구와 만족을 적절히 조절하고 자신의 삶을 계획, 조정할 수 있어야 하고 또 그러기 위해서는 계획적인 소비생활을 영위하면서 자기 조절 능력을 키워야 한다.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현명한 소비자의 기본요건이다.
장흥섭(경북대 교수·경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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