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일등 국가의 조건

일부 역사학자들에 의하면 15~20년 이내에 세계의 패권이 중국으로 이동될 것이라고 한다. 세계의 중심이 유럽과 북미를 거쳐 아시아의 차례가 될 것임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역사의 순환 속에서 스스로 물어본다. 우리나라는 일등 국가가 될 수 있는가? 있다면 언제이고, 이를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지금까지 63여 년의 길지 않은 기간 동안, 농경사회와 산업사회를 거쳐 지식정보사회에 이르는 급격한 대변혁의 소용돌이를 거쳐 왔다. 실로 국민 모두가 하루하루 변화라는 옷을 입고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튼 이러한 선배들의 노력과 희생을 대가로 우리나라는 정치적 안정과 더불어 교역량 12위라는 비약적인 경제발전도 이루어 냈다. 특히 LCD, TV, 휴대전화, 조선, 반도체, 자동차 분야에서의 위상은 일등 국가로서 부족함이 없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바로 보호무역주의의 강화로 치닫고 있는 국제사회의 현실에 비추어, 상대적으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된다. 동시에 21세기의 국제사회는 무한경쟁시대로서 일등만이 살아남고 기억되는 사회이다. 아폴로 11호에 3명의 우주인이 타고 있었지만, 우리의 뇌리에는 첫 번째로 달에 발을 내디딘 암스트롱만을 기억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이러한 국제환경에서 우리나라가 일등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의 선배들이 해온 것처럼 우리의 역량을 다시금 하나로 묶어내야 한다.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는 국제사회의 냉정한 현실에서, '배고픈 자유냐' 아니면 '풍요로운 빵과 함께하는 자유냐' 하는 것은 더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핵무기 보유라는 명분을 취해 왔던 지난 30여 년 동안 그들 국민의 배고팠음을 누가 대신해 줄 수 있겠는가!

요즈음 세간에서는 '국가정보원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잠입 사건'을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코미디 같은 유치한 실수라고 비난하는 주장'이나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하는 주장'이나, 양측 다 국정원에 대한 깊은 관심과 높은 기대가치에 대한 평가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넘나드는 우리나라의 위상과 맞물려, 국민들이 정보기관의 그러한 실수를 수용하기에는 너무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다. 국정원은 그 질책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직시하고, 솔직히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실수를 폄하하기보다는 본연의 임무를 더 잘 수행할 수 있고, 동시에 미비한 점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지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할 때, 우리나라는 일등 국가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양육강식의 논리가 보다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국제사회에서, 산업스파이범죄나 테러범죄 등의 예방을 둘러싼 정보전쟁은 국가이익과 안보에 필수적 요소이다. 현실적으로 각종 대테러전을 포함해서 첨단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국가 간 무역관련 협상이나 경쟁 등의 영역에서 세계 각국 간의 정보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결국 뛰어난 정보수집 역량을 가진 국가만이 일등 국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일부 권력자들이 자행한 정치사찰 등 정보 관련 권력남용이 우리를 민감하게 만들어 놓았다. 장차 일등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유능한 인재들이 모이는 정보기관으로의 제도적 개선과 각 정보기관 간의 협력방안이 최우선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될 때, 국민의 자존심은 회복될 것이고 국가이익과 안보는 굳건해질 것이다.

이번 국정원 사건을 계기로, CIA나 모사드를 뛰어넘는 최고의 정보기관으로 거듭 태어남으로써 대한민국의 국가이익과 안보가 극대화되길 바란다. 오늘도 대한민국의 제품이 세계 곳곳의 시장에서 없어서 팔 수 없는 진풍경을 꿈꾸며, 한국인이 국제평화와 안정에 정의롭게 기여하길 희망해 본다.

이용호(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방위사업청 대표옴부즈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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