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남구청-문화원 묘한 갈등

대구 남구청(청장 임병헌)이 남구문화원과 대덕문화전당에 대해 시대 흐름에 맞지 않은 정책을 펴고 있어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이들 기관은 공연·전시, 문화행사 등으로 구민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라는 점에서 구청장의 향후 정치적 행보와 관련돼 있지 않나하는 의구심까지 사고 있다.

남구청은 지난해 말부터 남구 주민 1천 명 이상을 남구문화원 회원에 가입시키기 위해 동사무소별로 할당해 반강제로 회원 모집을 했다. 임 청장의 지시로 13개 동사무소에 50명씩 할당해 1천200명가량의 회원을 모집한 남구청은 남구문화원에 회원 가입 신청을 요구했다. 모집한 회원 상당수는 관변단체 회원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남구문화원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서류만으로 회원을 받아들일 수 없고 회원이 되려면 당사자가 직접 찾아와 연회비 1만원을 내야 한다"며 구청 측의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그러자 남구청은 지난달 25일 사회단체보조금 2천만원을 지급할 수 없다는 공문을 남구문화원에 보내는 등 압박을 가하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회원이 많지 않은 남구문화원을 돕고, 주민들에게는 문화 향유의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인데 문화원이 고집을 피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남구문화원 측은 남구청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원부 남구문화원장은 "현재 남구문화원 회원은 87명으로, 다른 대구시내 문화원과 비슷한 수준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며 "회원이 너무 많으면 재적 회원 50% 이상 참석해야 열 수 있는 총회를 열기 어렵고, 더구나 관 주도 하에 반강제적으로 수많은 회원을 모집한 저의를 모르겠다"고 불쾌해 했다.

문화원 한 관계자는 "문화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특별 사단법인이고 자율 운영하게 돼있어 구청이 직접 관여할 수 없는데도 온갖 압력을 넣고 있다"며 "내년 원장 선임을 앞두고 남구청장이 원하는 인사를 자리에 앉히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임 남구청장의 향후 정치 행보와 연결짓는 시각이 적지 않다. 내년 총선 출마설이 나도는 임 청장이 지역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남구문화원의 회원 수를 늘리려 한다는 것. 또 남구문화원에 위탁운영해온 대덕문화전당을 올해부터 직영체제로 전환, 공무원으로 포진시킨 것도 이 같은 포석의 일환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임 청장은 "내년 총선 출마설은 나를 음해하기 위한 것"이라며 "남구문화원이 특정인들 만의 모임으로 비쳐지고 있고 이사와 회원 절반 이상이 타 지역의 사람들인 탓에 남구 주민들의 자존심이 상해 있다. 행사 때 참가자들이 너무 적어 활성화시킬 방안을 찾던 중 회원 모집을 하게 됐다"고 반박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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