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금을 받으면 뭐해요, 세금으로 다 뜯기는데. 이래서야 재기할 수 있겠어요? 안 그래도 앞으로 살아갈 일이 막막한데…."
구제역 피해를 입은 축산농들이 보상금 지급이 늦어지고 상당액의 세금까지 떼여 재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살처분을 한 양돈 농가의 경우 빨라야 5, 6월에 입식을 시작, 매월 차례로 사육두수를 늘려 가게 된다. 축산농들은 1차적으로 50%의 가지급금을 받은 뒤 가축상태에 대한 평가를 통해 최종 정산을 하는데 전체 보상금 수령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재난 성격이 강한 구제역 보상금까지 소득으로 잡아 축산농들은 내년 5월 보상금에서 비용을 제외한 금액에 대해 종합소득세를 내야 할 형편이다. 특히 가축 입식은 순차적으로 해야 하는데도 구제역 보상금에 대한 세금은 특정기간까지의 비용만을 제외하고 부과돼 축산농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돼지 8천 마리를 살처분한 농가를 예로 들면 약 25억원의 보상금을 받게 된다. 하지만 6월부터 입식을 시작해 12월까지 투입되는 비용은 사료비·정액비·분뇨처리비 등을 합해 4억5천500만원 정도여서, 결국 6억5천200만원의 종합소득세를 물어야 한다. 평소 3천여만원을 종합소득세로 납부하던 것에 비해 20배 이상 늘어나는 셈.
종합소득세가 부과되는 내년 5월까지 8천 마리를 모두 재입식할 경우 투자비는 26억8천여만원으로, 보상금을 받아도 세금과 투자비를 제하면 8억3천여만원의 새로운 빚이 생길 수밖에 없다.
출하시까지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 것과 입식돈 가격 급등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농가 부채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영주지역에서 돼지 2천933마리를 살처분한 황재신(39) 씨는 "1차 보상금을 받았지만 사료값 등 외상값을 갚는데 다 사용해 한푼도 남지 않았다. 생계안정자금 지급도 급하다"며 "국가적 재난인 구제역 보상금에 세금을 매긴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황갑식 영주 안정농협 조합장은 "구제역을 국가재난으로 지정해 종합소득세 감면이나 유예 등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실상 축산 농가의 재기는 불가능하다"며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경북도 관계자는 "보상금에 따른 종합소득세가 축산농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징수기관인 국세청에 대한 정책 건의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주·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12년 간 가능했던 언어치료사 시험 불가 대법 판결…사이버대 학생들 어떡하나
[속보] 윤 대통령 "모든 게 제 불찰, 진심 어린 사과"
한동훈 "이재명 혐의 잡스럽지만, 영향 크다…생중계해야"
홍준표 "TK 행정통합 주민투표 요구…방해에 불과"
안동시민들 절박한 외침 "지역이 사라진다! 역사속으로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