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권모(39) 씨는 최근 차를 몰고 가다 아찔한 순간을 경험했다. 시속 70㎞로 달리던 앞차가 갑자기 급정거하며 불법유턴을 한 것. 가까스로 사고는 모면했지만 앞차 운전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순간 권 씨는 자신의 차량에 블랙박스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고, 녹화된 영상을 대구경찰청 홈페이지에 올렸다.
차량 운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촬영하는 차량용 블랙박스 보급이 늘면서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얌체운전자들의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블랙박스에 녹화된 교통법규 위반 영상을 경찰청 홈페이지에 올려 고발하는 운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내 각 경찰서에 따르면 매달 수십여 건의 교통법규 위반 동영상 신고가 들어오고 있다. 신고 포상금이 없는 자발적인 신고다. 대구 동부경찰서의 경우 지난달에만 6건의 동영상 제보가 접수됐다.
수성경찰서는 최근 접수된 교통법규 위반 신고 건수 가운데 블랙박스 등을 이용한 제보가 70%나 차지했을 정도다. 동영상 고발은 신호위반, 버스 전용차로 위반, 갓길 통행 위반 등 각종 교통법규 위반 사항들이 담겨 있다.
최근 한 블랙박스 동호회원이 경찰에 신고한 교통법규 위반 동영상도 놀랍다. 지난달 20일 오후 신천좌안도로 수성교 교차로에 20여 대의 차량이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승용차 한 대가 비어있던 우회전 차로를 질주하더니 인도를 넘어 정지선 앞으로 돌진했다. 이 때문에 횡단보도 앞에 서 있던 행인들이 깜짝 놀라 흩어지는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법규를 위반한 이 운전자는 동영상 때문에 범칙금 딱지를 받았다.
블랙박스에 촬영된 영상 등 증거자료를 경찰청 홈페이지 국민신문고에 남기면 관할 경찰서에서 차량 번호와 위반 사실 등을 확인해 차주에게 범칙금을 부과한다. 부인할 수 없는 증거 자료가 남아있기 때문에 대부분 위반 사실을 시인한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최근 동부경찰서에 접수된 신고 동영상에는 신천교를 건너 칠성시장방향으로 직진하던 승합차가 갑자기 불법 유턴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동영상에는 차량 번호와 위반 과정이 생생하게 녹화됐고 경찰은 동영상을 확인해 차주에게 범칙금 7만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블랙박스를 이용한 무차별 신고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운전자들도 적잖다.
시민 정윤미(30·여) 씨는 "교통사고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좋지만 누군가 항상 감시하고 있다는 건 불쾌하다"며 "모든 운전자가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는 꼴"이라고 거부반응을 보였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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