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와 정두언 최고위원을 비롯한 여당 지도부와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등이 동시에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잇따라 제기하고 나섰다.
이처럼 정부여당의 핵심인사들과 수도권론자들이 동남권 신공항에 태클을 걸고 있는데도, 지역 입장을 제대로 이명박 대통령 등 여권 핵심에 전달하고 대변할 창구는 잘 보이지 않고 있어 지역 정치권의 무기력감이 커지고 있다.
지역정치권이 공동으로 나서서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만나고 주무부처인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을 만나 지역의 입장을 강하게 전달했지만 계속해서 재검토 이야기가 돌출되는 것으로 볼 때 잘 먹혀들지 않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 정의화 국회부의장 등 핵심당직과 국회직을 모두 부산·경남 출신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지역으로서는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지역 현안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고 박 전 대표 주변에서도 지역 인사들이 최측근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지역 내 최다선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경우도 당 안팎의 '형님' 공세 때문에 팔을 걷어붙이고 지역을 대변하기 힘든 처지다.
정부와 청와대 일각의 이상 기류와 관련, 유승민 한나라당 대구시당위원장(대구 동을)은 2일 "그런 망언을 하는 사람들은 (말할) 자격도 없고 지식도 전혀 없는 사람들"이라면서 "백지화한다고 이슈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총선, 대선에서 더 심화된다. 정두언 최고위원 같은 사람은 과학벨트 갖고도 이상한 소리를 하면서 갈등을 증폭시킨 장본인"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유 위원장은 "걱정되는 것은 여권 내에서 서로 입을 맞추는 사람들이 백지화시키려는 의도로 애드벌룬을 띄우는 것"이라면서 "경제성이나 수요가 없다고 하는 것은 지방 사정을 너무 모르는 무식한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이한구 의원(대구 수성갑)은 "가장 큰 문제는 정부와 청와대가 지방보다 수도권의 이해관계를 더 중시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결국 청와대가 결정할 수밖에 없는데 속셈이 딴 데 가 있다면 우리가 (청와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수단이 별로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을)도 "선거를 앞두고 상황이 (연기하거나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으로) 그렇게 돌아가는 분위기가 엿보인다"고 진단하면서 "우리끼리 떠드는 것은 소용없고 서울과 다른 지역을 설득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안상수 대표는 2일 신공항 문제와 관련해 "정부에서 타당성 조사 결과가 나오면 이를 보고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타당성 조사 결과에서 (밀양과 가덕도 중) 어느 한 곳이 타당하다고 결론이 나오면 그쪽으로 가면 되는 것이고, 두 곳 다 타당성이 없다고 한다면 못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정두언 최고위원도 1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신공항 문제로) 또 다른 지역감정이 생기면 나중에 치유가 불가능하다"며 "김해공항을 확장하거나 (신공항) 건설을 유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대통령 직속인 미래기획위원회의 곽승준 위원장도 "신공항 입지 선정을 연기하거나 전면 재검토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신공항은 경제성이 떨어지고 허브공항이 되기도 힘들다"며 신공항 건설에 반대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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