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시민들 "외국인 배우자, 괜∼찮아요"

"사랑하면 국적 상관없어" 10명중 6명이 긍정 반응

지난 10년 전과 비교해 대구시민의 국제결혼이 연간 3배 이상 증가하고, 외국인과의 결혼에 대해서도 시민 10명 중 6명꼴로 "상관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사회학자들은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이 줄고 외국인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늘면서 국제결혼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이 관대해진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외국인 배우자, 괜찮아요."

허영국(가명·59) 씨는 지난해 봄 미국인 며느리를 맞았다. 장남(30)이 미국 유학생활 중 만난 여성과 결혼하겠다고 얘기했을 때 처음에는 심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3년간 아들과 교제한 미국 여성이 한국식 존댓말을 배우고 한국 문화를 배워가려는 노력에 마음이 움직였고 결국 결혼을 허락했다.

허 씨는 "외국인과의 결혼생활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과 사람 됨됨이 아니겠느냐. 아들 부부가 잘 살고 있다"며 만족해 했다.

대구시민의 국제결혼이 크게 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 대구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15세 이상 대구시민 2천291명(전체 응답자) 중 57.4%가 '(가족이나 친지, 자신이) 국제결혼을 해도 상관없다'고 응답했다. 이에 반해 응답자의 42.6%만이 국제결혼을 부정적으로 생각했다.(표 1)

주부 임형자(59) 씨는 "결혼중매업체에 지참금을 주고 외국인 여성을 데려오는 결혼 문화는 반대하지만 내 아들이 좋아서 외국인과 결혼을 한다고 하면 반대하지 않겠다"며 "자식이 고른 배우자를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女·외국男 결혼 증가

대구시민의 국제결혼은 10년 전과 비교해 최근 들어 해마다 3배 이상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297건이었던 국제결혼이 2004년 이후 1천 건을 넘어선 뒤 줄곧 950~1천295건을 유지하고 있다.(표 2)

5, 6년 전에는 중국과 동남아 출신 여성과 결혼하는 한국 남성이 국제결혼의 주류를 이뤘지만 3, 4년 전부터는 여성들이 외국인 남성과 결혼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서 2008년 대구 남성-외국인 여성 결혼은 923건에서 2009년엔 753건으로 170건(18.4%)이 줄었지만, 대구 여성-외국인 남성 커플은 2008년 168건에서 2009년 197건으로 29건(17.2%)이 증가했다.

젊은층일수록 국제결혼에 더 긍정적이다. 취업준비생 이상희(28) 씨는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비슷한 취미와 관심사, 교육수준 등을 공유할 수 있다면 외국인과 결혼해도 괜찮다. 배우자를 꼭 국내에서만 찾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영남대 백승대 교수(사회학과)는 "외국인이 등장하는 전문 TV 프로그램이 있을 만큼 우리 사회에서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사라졌다. 여성들의 국제결혼이 늘고 있는 것도 변화상"이라며 "이는 한국에서 결혼상대를 찾지 못해 중국이나 동남아 출신 외국 여성과 결혼하는 기존의 '다문화가정'과는 또 다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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