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구제역 피해 농가 두 번 울리는 세금 부과

구제역 폭탄을 맞은 농가가 세금 폭탄까지 맞게 될 처지에 놓였다. 국세청이 구제역 농가의 가축 매몰 처분 보상금을 사업소득으로 간주해 세금을 부과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 계획이 그대로 시행되면 구제역 피해를 입은 농가는 보상금에서 사료값 등 각종 경비를 제한 금액에 대한 종합소득세를 내년 5월까지 납부해야 한다. 구제역으로 엄청난 타격을 받은 농가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 아닐 수 없다. 가축을 매몰 처분하고 재입식하는 농가의 경우 보상금을 받아도 세금 때문에 새로운 빚을 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국세청이 구제역 피해 보상금을 사업소득으로 간주하는 것은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렵다. 사업소득은 개인 간의 자유로운 거래에서 발생한 금액이라는 게 상식적 판단이다. 그러나 구제역 피해 보상금은 강제적 매몰 처분에 따른 실비 지급이다. 실거래가라고 하지만 보상금은 자유로운 거래에서 생겨난 이익금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보상금을 사업소득으로 판단해 세금을 매기겠다는 것은 난센스다.

더구나 구제역은 재난이다. 정부는 세법 등 각종 법규에 따라 재해를 입은 지역이나 가구에 대해서는 세금을 감면해 주고 있다. 따라서 구제역 피해 농가는 세금을 내야 할 게 아니라 도리어 세금을 감면받아야 한다. 세금 부과 여부는 이런 상식적 판단에서 결정돼야 한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세금을 부과해도 구제역 가축 매몰 처분이 재해손실로 인정되면 재해손실세액공제가 되기 때문에 피해 농가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현재 국세청은 재해손실세액공제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제역 피해 보상금에 세금을 매기는 것은 타격을 입은 농가의 재기 노력을 꺾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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