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 집권이나 권력의 세습이 당연시되었던 전제군주 시대에는 독재자가 없었다. 독재자가 맹위를 떨치게 된 것은 소위 인민이나 국민을 위한 체제라는 민주주의나 사회주의 개념이 등장한 19세기 말 이후의 일이다.
워싱턴포스트의 주말판 부록 '퍼레이드'가 '세계 최악의 10대 독재자'를 발표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국제앰네스티, 국경 없는 기자회 등의 보고서와 정보를 토대로 독재의 강도와 인권 탄압 그리고 주민 고통의 수준 등을 분석한 결과이다.
부동의 1위는 짐바브웨의 무가베 대통령, 2위는 수단의 바시르 대통령, 3위는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차지했다. 그리고 미얀마 군정 최고지도자 탄 슈엔과 사우디 아라비아 국왕 압둘라가 4, 5위를 이었다.
그런데 악명 높은 이들 독재자의 선두 순위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튀니지의 벤 알리와 이집트의 무바라크가 권좌에서 쫓겨났고, 현존 최대의 장기 집권자인 리비아의 카다피도 최후의 순간이 머지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인권단체인 프리덤하우스는 최근 이집트 무바라크 대통령에 이어 몰락할 가능성이 가장 큰 독재자로 북한의 김정일에 이어 리비아의 카다피와 짐바브웨의 무가베 등을 꼽았다. 민의와 인륜을 거스르는 권력은 반드시 파멸로 이어지는 법. 그 시기와 유형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집권 중에 쫓겨난 독재자로는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 한국의 이승만, 필리핀의 마르코스, 인도네시아의 수하르토, 캄보디아의 폴포트 등이 있다. 구 소련의 스탈린은 종신 집권을 하며 일세를 풍미했으나 다음 정권의 보복과 격하를 피할 수 없었다.
북한의 김일성과 중국의 모택동은 아들과 후계자에게 권력을 무난하게 이양해서 지금껏 국부로 존경을 받고 있지만, 그 영광(?)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지금 이 순간 이집트 무바라크와 리비아 카다피의 운명을 보더라도 독재자의 종말은 냉엄한 역사적 교훈이다.
그런데도 아프리카를 비롯한 정치 후진국의 개념 없는 독재자들은 한 치 앞에 펼쳐질 자신의 파멸도 모른 채 불나방처럼 권력에 집착하며 국민들의 고혈로 이룬 부귀영화에 취해 있다. 역사상 정치체제가 진보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파생되는 것이 독재자의 출현이라면, 나름대로는 철학이 있고 나라를 위했던 독재자를 가진 국민은 그나마 행복한 것인가.
조향래 북부본부장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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