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10시 30분 대구 수성구 만촌네거리 일대 학원가. 수십여 개 단과·종합학원이 밀집해 '대구의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이곳의 평소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학생들을 학교에서 태워오느라 학원 앞에 서너 대씩 줄지어 서 있던 학원 승합차량은 보이지 않았다. 자정 넘어까지 불야성을 이루던 학원 강의실은 모두 불이 꺼져 있었다. 1일부터 오후 10시 이후 학원 심야교습 제한이 시작되자 대구 학원들이 바짝 움츠렸다.
그동안 '오후 10시'는 학교 야간자율학습을 마친 학생들이 한창 몰리는 시간이었지만, 교습시간 제한 이후에는 '학원 문 닫는 시간'으로 변했다. 취재진이 2일 오후 교육지원청 단속반원들과 함께 학원가를 둘러봤다.
300여 개 학원이 밀집한 수성구 범어동과 만촌동 학원가 일대. 오후 10시가 가까워지자 학원 곳곳에서 학생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귀가 행렬이었다. 가방을 챙겨 나오던 이모(15·중3) 군은 "작년까지만 해도 새벽까지 강의를 들었다"며 "일찍 학원을 마치니까 몸은 편한데 마음은 불안하다. 집에서 인터넷 강의라도 들어야 겠다"고 바삐 발걸음을 옮겼다. 한 고교생은 "학교에서 야간자습을 안 빼주는 한 이제 평일에 학원은 못 다닐 것 같다"고 했다.
단속반과 함께 불이 켜진 골목 학원으로 들어가자 책을 보거나 잡무를 처리하는 강사들 몇 명뿐이었다. 강의실은 텅 비어 있었다. 학원이 두세 개씩 입주한 건물도 예외는 아니었다. 단속반이 4, 5층까지 걸어 올라가 학원 문 고리를 돌렸지만 인기척이 없었다. 단속 공무원은 "조명이 새나가지 않게 커튼을 쳐 놓고 수업을 하는 학원도 있을 것 같아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같은 시간 70여 개 학원이 밀집한 달서구 이곡동. 오후 10시가 조금 지나 단속반과 함께 학원 문을 열고 들어섰지만 역시 강의실은 비어 있었다. 두 명의 학생과 학부모가 있었지만 학원 관계자는 "학원비와 교습시간 문제로 상담중이었다"며 서둘러 내보냈다. 그는 "예전엔 새벽까지 문을 연 학원들도 많았지만 이젠 다 지나간 일"이라며 "특히 고교생을 주로 받던 학원들은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달서구 한 학원장은 "일주일 전에 우편으로 단속 예고를 통보받았다"며 "부랴부랴 소식을 듣고 오후 10시 이후 강좌를 모두 폐강했다"고 짜증 섞인 반응을 보였다.
단속반원들은 처벌에 앞서 계도에 더 치중을 둔다고 했다. 단속 공무원은 "학생끼리 자습을 하더라도 교습 행위에 해당한다는 판례가 있기 때문에 오해받지 않으려면 아예 문을 닫으라고 학원장에게 지도한다"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은 당분간 상시 단속을 벌일 예정이다. 시교육청 황의수 평생교육담당은 "학원연합회로부터 자체 정화위원회를 통해 편법 운영과 불법 개인과외 등을 감시하기로 약속받는 등 일찌감치 협조를 구했다"며 "앞으로 상·하반기 한 차례씩 인력을 대거 동원, 일제 집중단속을 벌여 교습시간 단축 제도가 하루빨리 정착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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