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일부 고등학교에서 사설 모의고사를 치르면서 시험지 납품업체로부터 채택료 명목으로 리베이트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일부 고교에서는 이 같은 리베이트를 받기 위해 전국단위 연합고사와 별도로 사설학원에서 만든 시험지를 이용한 모의고사를 남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에서는 16개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사설학원 모의고사 시험지를 납품하면서 교사들에게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서점 대표가 경찰에 붙잡혔다.
포항남부경찰서는 3일 고교에서 치르는 사설 모의고사 문제지를 납품하면서 교사들에게 4천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포항지역 모 서점 대표 L(50)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L씨는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모의고사 문제지를 납품하는 대가로 포항지역 16개 고교 총무교사 30여 명에게 80여 차례에 걸쳐 4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L씨는 모의고사 문제지 한 부당 9천 원을 받은 뒤 각 학교의 공금을 관리하는 총무교사들에게 학생 1명당 1천원으로 계산해 돈을 건넨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관계자는 "시험 주관사에서 L씨에게 시험지 1부를 건네는 가격이 6천400원이어서 L씨가 얻는 이익은 교사에게 주는 돈 1천원을 제외하고 1천600원이었다"며 "L씨는 이런 방식을 통해 영업하면서 포항지역 고교의 모의고사 시험지 납품을 사실상 독점했다"고 말했다.
L씨는 교사 1인당 60만~130만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는데, 이들 교사들은 현재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거나 혐의를 인정해도 받은 돈 대부분을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시험지 값이나 간식비 등으로 사용했다고 진술하고 있다는 것. 경찰은 이들에 대한 추가 조사를 벌인 뒤 혐의 내용에 따라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경찰은 모의고사 시험지 리베이트는 포항지역 고교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대구에서도 일부 사립학교가 학생들로부터 걷은 사설 모의고사비 중 2천원 정도를 업체로부터 '채택료' 명목으로 받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돼 조사를 받기도 했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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