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니하오 통신] (17)재스민 혁명

튀니지의 높은 인플레이션과 24년 동안 계속된 벤 알리의 독재정치가 발단이 된 '재스민 혁명'이 중동을 거쳐 중국까지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19일 "우리는 정의를 원한다" "우리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원한다"는 중국판 '재스민 혁명'을 촉구하는 글이 인터넷에 등장한 가운데 베이징과 상하이 등 27개 도시에서 소규모 산발적 시위가 벌어졌다. 지난달 27일에는 인터넷에서 재스민 혁명을 위한 2차 집회가 예고돼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중국 공안당국의 원천봉쇄로 사실상 무산됐다. 이날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네티즌과 소득분배'고용 등 민생 문제를 주고 받으며 재스민 혁명의식을 희석시켰으며 인터넷에서 재스민이란 단어 자체를 검색할 수 없도록 했다.

홍콩에서 활동하는 '중국의 민주화와 인권을 위한 정보센터'는 이번 사태로 중국 내 인권운동가들이 100명 이상 체포되거나 가택 연금된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의 다발적 민주화 시위는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22년 만이다.

중국은 65년간 공산당 1당 독재체제를 유지하면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자유와 민주, 인권에 대해서는 외면해 왔다. 파룬궁(法輪功) 탄압,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劉曉波) 억류 등이 단적인 징표다. 민주화 요구가 끓어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중국 정부가 이번 '재스민 혁명'의 확산을 초기에 차단하는 것은 중국내 민주화 요구를 단박에 차단해 자신의 체제를 공고히 하자는 것이다. 체제 안정과 경제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중국식 사회주의를 철저히 밀고 가야한다는 중국 지도부의 통치 철학이 깔려 있다.

중국은 한족과 55개의 소수민족을 한 이념아래 통치해야 하는 고민이 있다. 중국은 소수민족에게 '1가정 2자녀 허용''대학 입학 때 가산점 부여' 등 다양한 혜택을 주며 중국 체제 내에 안주하기를 유도하고 있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주인 달라이라마를 서방에서는 민주 인사로 여기지만 중국은 반체제 인사로 분류해 그를 인정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철저한 적대감을 드러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중국은 13억 인구에 광활한 대륙을 하나로 묶어야 하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아닌 중국식 사회주의를 고집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민주화 운동으로 중국 대륙의 5분의 1 정도에 달하는 신장위구르, 티베트, 몽골이 분리 독립이라도 한다면 중국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조선족이 자리 잡은 우리의 옛 영토인 만주를 비롯한 곳곳에서의 분리 독립 아우성도 커질 것이 분명하다. 이것은 구소련의 해체로 빚어진 분리 독립과는 또 다른 심대한 타격을 중국에 안겨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이 동북공정을 통해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를 자신의 역사에 편입시키려 했던 것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이처럼 중국이 자신의 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것은 지난 역사의 아픔에서 비롯된다. 중국의 5천년 역사는 피로 물들은 전쟁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의 왕조에서 다른 왕조로 바뀌면 천하가 어지러워져 뭇 영웅들이 사방에서 일어났다. 합하면 나뉘고, 나뉘면 합해지며 천하 쟁패를 위한 치열한 싸움의 연속에서 비롯됐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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