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뮤직토크] (16)-게리 무어

시리도록 슬픈 켈틱 영웅…

기타리스트 게리 무어가 세상을 떠났다. 2월 6일(현지시간) 외신들은 스페인 코스타델솔의 호텔에서 게리 무어가 숨진 채 발견되었다는 기사를 송고했다. 1952년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태어나 10대시절부터 록밴드 스키드 로와 신 리지에서 불세출의 기타 솜씨를 보였고 솔로로 전향해서도 록과 블루스에서 최고의 지위에 올랐던 명인이 세상을 떠난 것이다. 향년 58세.

게리 무어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선율을 연주하는 기타리스트라는 표현처럼 감성에 충실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화려한 테크닉과 경쟁적인 속주가 유행하던 시절에도 자신만의 연주스타일을 고집해왔다. 그리고 그 내면에는 아일랜드인의 정서가 깊이 담겨있었다.

흔히 아일랜드는 이름만으로도 슬픔을 담고 있다고 한다. 오랜 영국의 식민통치와 더불어 '피의 일요일'(Bloody Sunday)로 대변되는 남북 간의 종교적인 갈등은 흡사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는 듯 하다. 그래서인지 정서에 있어서 우리의 '한(恨)'과 같이 슬픔을 머금은 서정성을 지니고 있다. 이런 정서의 영향인지 아일랜드는 제임스 조이스나 윌리엄 예이츠, 오스카 와일드 같은 문학가를 배출하기도 했다. 주로 프랑스에서 프랑스어로 작품활동을 했던 '고도를 기다리며'의 작가 사뮤얼 배케트도 아일랜드 출신이다. 이뿐만 아니라 치프테인스나 유투, 밴 모리슨, 엔야, 시네이드 오코너도 아일랜드 출신이다. 또 넬라 판타지아의 원곡인 '가브리엘스 오보에'의 주인공 '데이비드 에그뉴'도 아일랜드 출신이다.

유럽의 천대받던 변방에서 이처럼 많은 음악인들이 등장할 수 있었던 것 또한 슬픈 역사의 이면이다. 아일랜드에서 시작되어 전세계로 퍼져 나간 것 중 하나가 '펍'(Pub)이다. 펍은 간단한 식사와 함께 술을 마실 수 있는 장소를 말하는데 더블린 같은 도시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아일랜드 펍에는 노래를 부르는 무대가 있었는데 가수들은 주로 자신들의 고향 노래를 불렀다. 이들의 대부분은 프로 음악가가 아니라 일자리를 얻지 못한 젊은이들었다.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탓에 아는 것이라고는 고향에서 부르던 노래가 전부였고 거기에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런 전통을 바탕으로 아일랜드 음악 고유의 정서가 생겨난 것이다. 게리 무어의 연주가 시리도록 슬픈 이유가 있었던 것은 우연이 아닌 것이다.

게리 무어는 한 인터뷰에서 록의 본향인 블루스로의 여정을 마치고 자신의 본향인 아일랜드 음악으로 돌아갈 것을 말했다. 켈틱록이라 부르며 의지를 보였지만 그 음악은 들을 수 없다. 2010년 내한공연 당시 천안함 희생자를 위해 연주했던 '스틸 갓 더 블루스'의 애잔함으로 그를 기억할 뿐이다.

권오성 대중음악평론가 museer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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