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1세기 실크로드] <19>서역으로 들어서며

모였다 흩어지고 다시 모이고…현장·혜초 걸었던 길로 출발

신장지역으로 들어가는 길목 도로변에 천년세월 동안 풍화작용으로 특이하게 변한 바위산이 눈길을 끈다.
신장지역으로 들어가는 길목 도로변에 천년세월 동안 풍화작용으로 특이하게 변한 바위산이 눈길을 끈다.
천산산맥의 험난해 보이는 형상과는 대조적으로 반듯하게 정비된 오늘날의 실크로드에 트럭이 달리고 있다.
천산산맥의 험난해 보이는 형상과는 대조적으로 반듯하게 정비된 오늘날의 실크로드에 트럭이 달리고 있다.
실크로드 옆 타클라마칸사막 서쪽으로 보이는 일몰 풍경.
실크로드 옆 타클라마칸사막 서쪽으로 보이는 일몰 풍경.

먼 옛날부터 사람들이 필요에 따라 왕래를 하면 길이 생기고 그 길을 통해 물자와 문화가 교류하게 된다. 예나 지금이나 길은 새로운 만남을 주선하는 통로이다. 동서양의 문명을 연결해준 실크로드는 앞으로도 소통의 폭을 넓혀갈 것이다.

시안에서 출발한 이번 여행의 행로가 둔황과 명사산, 바리쿤 초원을 지나면서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로 들어간다. 점차 서역(西域) 땅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서쪽으로 향하는 이 루트도 두 갈래로 나누어진다. 여기서 실크로드의 각 명칭과 전체적인 지형을 한 번 정리해 보기로 한다.

청의 건륭제는 1759년 천산산맥을 중심으로 한 남북지역 타림분지와 준걸분지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 일대의 초원과 오아시스 지역을 아울러서 신장 즉 새로운 영토라고 불렀다. 19세기, 20세기를 지나는 동안 이 지역에서는 때때로 현지의 투르크계 주민들에 의한 반발이 일어났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1955년 이후부터는 신장위구르 자치구로 명명되었다.

신장의 지리적 환경을 보면 넓이가 한반도의 8배나 되며 전체 중국 국토면적의 6분의 1을 차지한다. 이 지역의 북쪽에는 알타이산맥이, 남쪽에는 곤륜산맥이 위치하고 있다. 중앙에는 천산산맥이 관통하고 있어 남과 북으로 크게 나누어진다. 남장(南疆)이라 불리는 천산 이남지역에는 타클라마칸사막을 안고 있는 중국 최대의 타림분지가 있다. 그곳은 고대로부터 사막 주변에 분포돼 있는 오아시스 도시가 실크로드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북장이라 불리는 천산산맥 이북지역에는 준걸분지가 자리 잡고 있는데 풍부한 초원지대로 형성돼 있다. 이처럼 3개의 산맥과 그 중간에 2개의 분지로 구성되고 있는데 신장의 지형은 흡사 강(疆)자의 우측 부분 즉 한일자 3개와 그 사이에 전(田)자 두 개 모양처럼 생겼다고 한다.

원래 실크로드는 시안을 출발해서 타림분지를 경유하는 루트를 말한다. 이 루트는 각지의 오아시스 도시를 중계지로 하기 때문에 천산 북방의 초원의 길에 대해서 '오아시스의 길'이라 불린다. 이 길도 각각의 코스로 갈라진다. 둔황 북방 하미를 기점으로 천산산맥 북쪽을 지나는 길을 천산북로, 천산산맥 남쪽을 지나는 코스를 천산남로라 부른다. 천산남로는 둔황 서쪽에서 투루판을 거쳐 타클라마칸사막의 북쪽을 통과한 후 카슈카르에서 중국 국경을 넘는다. 이 코스를 일반적으로 대표적인 실크로드로 명명하기도 한다. 또는 둔황에서 남으로 누란을 거쳐 타클라마칸사막 남쪽을 따라 호탄 경유 파밀 코스를 넘는데 이를 '서역남도'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동안 신장지역의 자동차 도로 건설은 큰 발전을 거듭해 왔다. 성내 각 지역과 도시를 연결하는 도로는 거의 완성 단계에 와있다고 한다. 30년 전 신장의 자동차 도로 총연장이 약 2만㎞였는데 현재는 14만㎞에 달한다고 한다. 사막주변에 있는 한 도시에서 다음 도시로 자동차를 타고 도착하기까지 8시간에서 길게는 10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휴게소 시설이 완비되지 않아 화장실 사정은 아주 열악하다. 필요에 따라 벌판 한가운데 적당한 위치에다 자동차를 세우면 남녀가 도로를 중심으로 좌우로 나뉘어 언덕 뒤로 돌아가 해결을 한다. 문제는 강한 돌풍이 불어오는 경우에 발생한다. 예고 없는 강풍에 암모니아 포말이 하늘로 흩어지며 본의 아니게 샤워를 하는 것이다. 방향과 타이밍을 적절하게 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처음엔 당황하던 사람들도 여행 일정이 계속되는 동안 요령을 터득하게 되면 대자연의 해우소를 경험하게 된다. 간혹 도로가에 조그마한 시설이 있기는 하지만 숫제 칸막이도 없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득히 깊다. 그래도 큰 볼일의 경우 급하게 되면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아래쪽에서 강한 바람이 불어 올라온다. 휴지를 아래로 던지면 바람을 타고 다시 위로 솟구치므로 얼굴에 부딪히지 않도록 재빨리 자세를 바꿔야 한다. 실크로드 여행길에서 경험하는 많은 에피소드 중의 하나이다.

천산산맥의 눈 녹은 물을 활용하는 물의 도시 투루판, 쿠차, 키질석굴이 있는 악수를 거쳐 중국대륙의 가장 서쪽에 위치하는 역사도시 카슈카르로 여정은 이어진다. 현대인들이 사용하기에는 아직도 열악한 환경을 지닌 이 길들은 그래도 모두가 천년 세월을 두고 수많은 문물교류를 통해 다양한 민족의 풍속과 습관을 혼합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래서 이 지역은 독특한 문화와 예술의 매장량이 풍부하다. 특히 신장지역은 웅대한 대자연의 풍경과 동서양 교류의 중개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서역은 수많은 역사의 부침 속에 생성된 위대한 문명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현장과 혜초가 걸었던 그 길, 서역 땅으로 들어서고 있다.

글·사진:박순국 (전 매일신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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