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어야 산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생존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주 듣게 된 말이다. 하지만 상식을 깨라는 사회적 요구와 달리 우리 주변에는 상식적인 사람들이 너무 많다. 남들보다 튀는 사람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상식을 깨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머리 스타일만 특이해도 주변 사람들의 과도한 관심을 받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상식을 깨는 사람이 가장 상식적인 사람이다. 깨지라고 존재하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자신과 다른 점을 이해하기보다 별종으로 치부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과감히 껍데기를 깨고 나와 자신만의 색깔을 내는 용자(勇者)들이 있다. 이들의 용기 덕에 사회는 더 다양해지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상식을 깨는 행동으로 기인 취급을 받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관광계 이단아' 신창연 여행박사 대표
'FUN FUN 경영의 선두 주자', '꿈을 파는 괴짜 CEO'. 신창연(50) 여행박사 대표를 따라 다니는 수식어들이다. 경북 점촌 출신인 신 대표는 여행박사를 국내 1위 일본여행전문 여행사로 성장시킨 주인공이다. 톡톡 튀는 그의 행보는 경영철학을 통해 그대로 발산되고 있다. 신 대표는 창업 때부터 기업의 성장 동력은 직원이며 직원이 즐거워야 기업이 산다는 소신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독특한 아이디어로 직원들 사기 진작에 힘을 쏟고 있다.
여행박사의 사원 복지제도를 보면 상상을 초월한다. 1인당 최대 1천만원을 받을 수 있는 대학학자금 지원제도가 평범하게 느껴질 정도다. 동호회 활동비를 지원하는 것은 기본이고 골프를 시작해 1년 안에 남자가 100타, 여자가 120타 안에 들면 1천만원의 보너스를 준다. 골프는 좋은 여가 수단이 될뿐 아니라 비즈니스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직원들의 골프 실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신 대표의 생각이다.
회사 등반대회에는 참가만 해도 돈을 준다. 한번 참가하면 1만원, 두 번 연속 참가하면 2만원, 세 번 연속 참가하면 3만원을 준다. 최대 7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포상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난해 일곱 번 연속 참가해 7만원을 받은 직원 20명을 모아 일본 후지산에서 1박2일 등반대회를 열었다. 당연히 비용 전액은 회사가 부담했다.
금연을 선언하면 금연에 필요한 경비가 지원되고 금연에 성공하면 100만원 정도의 보상금도 받을 수 있다. 직원이 자신의 차량에 회사 스티커를 부착해 다니면 매월 5만원 권 주유카드를 지급한다. 여행박사 깃발을 부착하고 자전거로 출퇴근 하겠다는 직원이 있으면 자전거도 사준다. 직원이 회사 홍보에 기여하는 만큼 회사도 직원에게 보상을 해주겠다는 신 대표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많은 기업들이 꺼리는 사내 결혼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사내 커플이 탄생하면 TV 또는 에어컨을 선물로 준다. 여행박사에 유난히 사내 커플이 많은 이유다. 한 달 전에도 사내 커플이 탄생해 가전제품을 받았다.
출근 한 뒤 바로 회사를 나가 마음껏 놀다 퇴근하는 일일 데이트 프로그램도 매주 한 차례 시행 중이다. 회사는 무작위로 2~4명의 직원을 선정해 1인당 5만원씩을 지급한 뒤 차량까지 제공하며 마음껏 놀기를 권한다. 친목을 도모하고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직원 가족들을 위한 배려도 아끼지 않는다. 매년 해외에서 전 직원 가족 동반 워크숍을 개최하고 있다. 2009년 일본, 지난해에는 대만에서 워크숍이 열렸다.
신 대표는 직원들이 노래방과 DVD방을 자주 애용하는 것을 보고 사내에 노래방 겸 DVD 감상실을 만들었다. 그는 서울과 부산 사무실에 카페를 열어 직원 휴식 공간 및 고객 응대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또 서울에 중소형 아파트 5채, 부산에 2채를 사택으로 확보해 직원들에게 무료로 제공했다. 이외에도 그가 만든 사원 복지제도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다. 대기업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직원을 위한 다양한 복지제도는 여행박사를 일하고 싶은 회사로 만든 원동력이 되고 있다.
신 대표의 기인 같은 행동은 사원 복지제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여행을 다녀온 뒤 불만을 제기하는 고객에게 "그럼 당신이 들어와서 일을 한번 해보세요"라며 일자리를 제공한 적도 많다. 홋카이도 팀장과 규슈 팀장 모두 불만을 제기하려 왔다 직원으로 채용된 케이스다. 인센티브도 많이 준다. 매출 3억원을 달성하면 3천만원의 인센티브를 준다. 3억원이 넘어가는 금액은 회사와 직원이 반반씩 나눈다. 지난해 여행박사는 직원 1인당 평균 1천250만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인센티브로 1억원을 받아간 직원도 있다.
신 대표는 '가난한 사람들도 해외여행을 가게 만들자', '10명의 고객에게서 10만원의 수익을 남기기보다 100명의 고객에게서 1만원의 수익을 남기자'라는 독특한 경영 마인드도 갖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탄생한 것이 올빼미 여행이다. 남아 도는 야간 비행기 좌석을 이용해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서민형 해외 여행상품으로 올빼미 여행을 개발한 것. 올빼미 여행은 이후 여행업계 벤치마킹 대상이 되면서 히트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이경달기자 @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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