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영욕의 시인' 모윤숙

'대화혼(大和魂) 억센 앞날 영겁으로 빛내일/ 그대들 이 나라의 앞잽이 길손/ 피와 살 아낌없이 내여바칠/ 반도의 남아/ 희망의 화관입니다'

둘 다 같은 시인이 쓴 시다. 비록 8년이라는 시차가 있다지만 시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위쪽은 일제 황군 지원을 독려하기 위해서이고 아래쪽은 국군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모윤숙(1910~1990)만큼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은 시인도 없다.

1910년 오늘, 함남 원산에서 태어난 신세대 여성의 기수였으나 그 평가는 천양지차다. 한쪽은 뛰어난 문인, 여성운동가, 이승만 정권 수립에 앞장선 정치인으로 높은 평가를 내리지만, 다른 쪽은 친일매국노라는 딱지를 붙인다. 그는 "그때 일본에 충성하지 않고 살아남은 사람이 몇이나 돼"라고 했지만 4년간 적극적으로 친일을 했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해명은 아니었다. 강한 권력욕 때문인지, '毛변덕'이라는 별명처럼 마음이 왔다갔다 했는지 헤아릴 길 없지만, 영원히 그 과오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

박병선(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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