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위천단지와 신공항

1990년대 중반 대구의 최대 과제는 위천국가산업단지 조성이었다. 지역내총생산(GRDP)이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가장 꼴찌였던 대구가 살 길은 산업단지를 조성해 기업을 유치하는 것뿐이었다. 산업단지도 지방산단이 아니라 조성과 운영에서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국가산단이 필요했다. 조성 비용이 싸야 공장 분양가가 낮게 책정되고 기업 유치가 수월하기 때문에 대구는 위천국가산단 조성에 사활을 걸다시피 했다. 대구는 제주를 제외한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국가산단이 없는 유일한 지역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위천단지는 조성되지 못했다. 낙동강변에 있는 달성군 위천 지역에 공단을 조성하면 먹는 물이 오염된다는 부산의 반대 때문이었다. 최신 고도 정수 처리를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과학적 근거는 부산의 생떼에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낙동강변에 산재해 환경 시설이 낙후돼 있는 공장들을 정비해서 수질 대책을 완벽히 세우겠다는 약속도 아무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냥 안 된다'는 것이었다. 대구는 위천산업단지 조성에 따른 낙동강 오염을 사전에 막기 위해 4천억 원 넘는 예산을 수질 개선에 쏟아부어 시 재정마저 어려워졌지만 공단 조성은 이뤄내지 못했고 GRDP는 여전히 꼴찌를 기록 중이다.

그런 대구가 다시 한번 살아보겠다고 들고 나온 카드가 '동남권 신공항 밀양 유치'이다. 경북 영천이나 청도쯤에 공항을 유치하자는 전략을 들고 나올 수도 있었지만 이왕이면 1천320만 영남인들이 모두 이용하기에 편리한 지역이 낫겠다 싶어 밀양으로 결정했다. 이곳은 대구뿐만 아니라 경북과 경남 울산이 모두 선호하는 지역.

그런데 또 부산이 딴죽을 걸고 나섰다. 부산 시청에서 출발해도 접근 시간이 더 빠른 밀양 대신 가덕도를 고집하고 있다. 가덕도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려면 공항 건설 비용에 맞먹는 도로'철도 건설비가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도 아예 무시한다. 밀양은 부산 입장에서 큰 손해가 없지만 가덕도는 대구경북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카드다. 오히려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게 더 편리할 수도 있다.

부산의 생떼 때문에 서울 언론과 정치인들 사이에선 신공항 무용론이 나온다. '같이 사는 길'보다 '나만 잘되든지, 같이 죽든지' 하는 부산을 보면서 위천단지 조성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는다.

최정암 동부지역본부장 jeong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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