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공 시크릿 NO.1, 마당발…'대한민국 인맥으로 통하다'

인맥도 능력으로 평가받는 세상. 서점가에는 인맥 관리 비법을 코치하는 각종 자기개발서가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너무 인맥 확대에만 집착하는 것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채근기자 mincho@msent.co.kr
인맥도 능력으로 평가받는 세상. 서점가에는 인맥 관리 비법을 코치하는 각종 자기개발서가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너무 인맥 확대에만 집착하는 것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채근기자 mincho@msent.co.kr

"당신은 얼마만큼 끈끈한 '줄'을 가지고 있습니까?"

흔히들 한국 사회는 '연줄로 산다'고 한다. 그만큼 인맥(人脈)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곳이라는 이야기다. 사람 사이의 '정'을 중시하는 사회이다 보니 예나 지금이나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 인맥은 인생의 중요한 자산 중 하나로 손꼽힌다. 사회적인 성공을 이루려면 자신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인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독 혈연, 학연, 지연 등으로 연결된 인맥이 강조됐지만, 최근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인맥을 관리하는 새로운 도구로 급부상하고 있다. 서점가에 쏟아지는 '인맥 관리의 기술'에 관한 책들 역시 요즘은 'TGIF'(트위터'구글'아이폰'페이스북)로 대표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인맥 관리법으로 확장되고 있다.

◆대부분 직장인 인맥 필요성에 공감

우삼개발 이태헌 대표는 "나는 인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일을 할 때 인맥의 힘을 톡톡히 본적이 꽤 된다고 했다. 건설 관련업을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각종 민원 등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남보다 수월하게 넘긴 적이 꽤 된다는 것. 아마도 이 대표가 가진 그만의 친화력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는 "민원의 소지가 있다 하더라도 주민들끼리 서로를 설득해가며 이해해주는 경우도 많고, 각종 허가 관련 사항도 남들에 비해 쉽게 넘기는 경우가 많았는데 내가 잘해서라기보다는 '인복'이 많아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번호는 900여 개. 그는 "인맥을 관리한다는 생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자체를 즐기고, 한 번의 만남이더라도 진실된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다 보니 굳이 자주 만남을 가지지 않더라도 기꺼이 내 편이 되어주는 것 같다"며 "일단 만나서 상대방의 입장에서 같이 고민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노력하는 것을 가장 우선으로 하고, 가끔 너무 소식이 뜸하다 싶으면 문자와 전화를 통해 안부를 챙기기도 한다"고 했다.

사실 대한민국 사회는 인맥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직장인들은 인맥의 필요성에 대해서 절대 공감했다. 지난해 한 취업포털사이트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6.5%가 '인맥도 능력이며 따라서 당연히 관리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우리나라 직장인 1인당 평균 보유 인맥은 84명으로 남성은 111명, 여성은 52명으로 남성이 여성의 2배인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정성 들여 관리하는 인맥으로는 '사회에서 알게 된 인맥'이 47.7%를 차지했고, 다음으로는 동기'동창 등 학연(37.5%), 친척 등 혈연(5.5%)의 순이었다. 관리방법으론 아직까지 전화통화가 1위(65.9%)였고, 다음은 술자리(60.3%), 식사'다과(59.4%), 휴대전화 문자메시지(53.4%), 미니홈피'트위터 등 SNS(28.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간혹 너무 끈끈한 '인맥'이 한국 사회의 병폐를 낳기도 한다. 얼마 전 건설현장 식당(함바집) 운영권 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급식업체 대표 유모(65) 씨 역시 '인맥 관리의 달인'으로 평가받는다. 유 씨는 자기가 관리하는 인사들의 리스트를 컴퓨터 파일로 저장하고 수시로 업데이트해 왔다고 측근들은 말했다. 130여 명에 이르는 이 자료에는 정'관계, 재계, 경찰과 검찰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장과 건축 인'허가를 담당하는 공무원, 재개발 조합장 등이 포함돼 있었다. 특히 고향이나 출신학교는 물론 누가 누구와 친한지 인맥지도까지 그릴 수 있는 수준의 상세한 정보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전라도 특산물인 홍어를 선물로 보내거나 양주 박스 안에 현금을 넣는 방식으로 이들을 관리해 왔다. 유 씨는 평소 "대한민국 관료 중에 내 돈 안 먹은 사람 없다"고 공공연하게 말을 하고 다닐 정도였다고 한다.

◆요즘은 디지털 인맥 관리가 대세

시대가 변하면서 인맥 관리 방법도 변했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얼굴을 마주 대하는 것이 인맥 관리의 최고 왕도(王道)로 통했다. 그리고 고작해야 이를 보조해 줄 수 있는 것이 전화통화나 문자메시지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인맥 관리의 최고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SNS다. 학연'지연'혈연이라는 기존의 틀을 떠나 이제는 언제 어느 때고 불특정 다수와 연을 맺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평소 많은 도움을 받는 지인에게 선물을 하기 위해 절판된 책을 구하던 안모(33) 씨는 SNS 인맥의 도움을 톡톡히 봤다고 했다. "중고책이라도 좋으니 꼭 구하고 싶다"는 그의 트윗이 올라가자마자 수십 차례 리트윗(RT) 되며 30분 남짓 만에 원하는 책을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안 씨는 "SNS의 매력은 틀 안에 갇혀 있던 인맥을 벗어나 얼굴도 모르는 다수와 교분을 맺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더구나 기존에 가지고 있던 오프라인상의 인맥들마저도 SNS를 통해 보다 활발한 접촉을 가질 수 있어 좋다"고 했다.

현재 국내 트위터 이용자 수는 250만 명, 페이스북 가입자는 380만 명에 달할 정도로 SNS가 무서운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니홈피와 메신저 등 기존의 온라인을 통한 서비스까지 포함한다면 인구의 절반(중복사용 포함)가량이 온라인 인맥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3명 중 2명은 트위터, 블로그 등 온라인을 통해 인맥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최근 20, 30대 직장인 44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인맥이 있느냐고 물은 결과, 63.5%가 '그렇다'고 답한 것. 하지만 온라인 인맥을 직접 만나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28.7%가 '아직 만나본 적 없지만 기회가 되면 만나보고 싶다'고 답했다. 다만 온라인 인간관계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70.9%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좋다'고 답했지만, 29.1%는 '오프라인보다 가볍고 위험성도 있어 별로 좋지 않게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온라인 인맥이 교류하는 채널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56.4%)가 가장 많았고 이어 '메신저와 같은 온라인 채널'(24.5%), '문자메시지'(7.4%), '직접 만남'(7.4%), '전화통화'(2.1%) 등의 순이었다.

◆인맥, 너무 두터워도 피곤

'던바 숫자'(Dunbar's Number)라는 개념이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인류학자인 로버트 던바 교수가 만들어낸 것으로 사람의 뇌가 '가까운 인맥'으로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은 고작해야 150명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많아 봐야 피상적인 관계일 뿐 실제 친분을 맺기는 힘들다는 이야기다.

사실 '인맥'을 관리하겠다고 맘먹고 덤벼드는 경우는 오히려 피로감만 더할 뿐이다. 직장인 박병훈(36) 씨는 "한때 나름 인맥 관리를 해 보겠다고 마음먹고 지속적으로 안부를 묻고, 만남을 계속하려 노력했지만 하면 할수록 공허한 느낌이 더해가는 기분이 들었다"며 "오히려 관리를 위한 인맥이 아니라 최소한 주변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다가서겠다는 노력으로 마음을 바꿔먹고 나니 더욱 인맥이 돈독해지는 것 같더라"고 했다. 인맥이 너무 두터워도 피곤할 뿐, 결국은 '양'이 아니라 '질'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온라인 친구의 경우는 더하다. 모래 위의 성처럼 쌓기도 쉽지만 무너지는 것도 순식간이기 때문이다. SNS에서 쌓을 수 있는 인맥의 범위는 사실 무한대나 마찬가지다. 특히 팔로어 수에 구애받지 않는 트위터의 경우에는 수만 명의 팔로어를 가진 이들도 꽤 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소통을 통해 관리할 수 있는 인맥에는 한계가 있다 보니 수만 명의 인맥이라는 것은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본다"며 "팔로어 수가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다 보니 과도하게 디지털 인맥 늘리기에 집착하는 경향도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SNS의 경우에는 짧은 글로만 이뤄지는 피상적인 관계이다 보니 제대로 그 뜻이 전달되지 못하고 왜곡될 가능성도 높다. 박병규 KPR 소셜미디어컨설턴트는 "SNS의 특성을 모른 채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할 경우 도리어 자신의 이미지에 득이 되기보다는 실이 되거나 '안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며 "특히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잘못된 정보가 유포될 때는 삭제하기도 어려워 인맥을 만드는 장점보다는 큰 오점이 될 우려도 높다"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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